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식품·주류업계의 ‘뜻밖의 쇼케이스’가 됐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깐부치킨 회동’으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에는 삼겹살, 소맥, BBQ 치킨, 바나나맛우유, 삼계탕까지 한국 대표 먹거리가 줄줄이 노출됐다. 특히 홍대 BBQ 방문과 토속촌 삼계탕에 이어 7일 저녁 깐부치킨 회동까지 예정되면서 “젠슨 황이 한국에서 유독 닭요리를 찾는다”는 말까지 식품업계에서 나온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 삼겹살 회동을 했다. 지난해 방한 때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치맥’ 회동이 화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삼겹살과 소맥이 중심이 됐다.

이날 테이블에는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가 올랐다. 두 제품을 섞은 이른바 ‘테슬라 소맥’으로 잔을 부딪치는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최 회장이 직접 소맥을 제조하고, 구 회장이 고기를 굽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비맥주의 카스도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특정 제품 노출을 넘어 한국식 회식 문화 자체가 글로벌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다. 삼겹살을 굽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장면은 국내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만 해외 소비자에게는 한국 술 문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외국 소비자에게는 한국 술을 무엇과 어떻게 마시는지가 중요한데, 이번 회동은 삼겹살과 소맥이라는 소비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광고보다 자연스러운 노출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황 CEO의 시민 접촉도 식품업계에는 홍보 기회가 됐다. 황 CEO 일행은 홍대 거리로 모인 시민들에게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와 세븐일레븐이 SK하이닉스와 협업해 만든 자체브랜드 과자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칩스’를 나눠줬다. 황 CEO는 HBM칩스를 시민들에게 건네며 “모두가 HBM을 사랑한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바나나맛우유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 필수 구매품’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여기에 황 CEO가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상징성이 커졌다. HBM칩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CEO와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을 상징하는 제품처럼 소비됐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제품명과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온라인에서 회자되기 쉬운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황 CEO는 삼겹살 회동 이후 홍대입구 인근 BBQ 매장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치맥 회동을 이어갔다. 황 CEO가 입국 직후 “한국의 프라이드치킨이 그리웠다”고 말한 뒤 실제 치킨집을 찾으면서 치킨업계도 들썩였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엔비디아 측은 BBQ 매장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결제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BBQ 본사는 사전에 방문 계획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 일행은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과 생맥주, 레몬보이, 콜라, 카스 캔맥주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는 지난해 황 CEO가 깐부치킨을 찾았을 때 SNS를 통해 “왜 BBQ는 안 불러주냐”는 식의 마케팅을 선보인 바 있다. 7개월 만에 황 CEO가 직접 BBQ 매장을 찾으면서 업계에서는 “소원이 이뤄진 셈”이라는 말도 나왔다.

치킨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해외 사업과 연결해 보는 분위기다. 한국식 치킨은 미국과 동남아 등에서 K푸드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CEO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함께 치킨을 먹는 장면은 단순한 매장 방문을 넘어 한국식 치킨 문화의 노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황 CEO의 먹거리 동선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6일 가족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의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 일행은 삼계탕, 통닭, 파전 등을 주문했고 인삼주도 별도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음식에 대해 “너무 맛있다”고 말하고, 식당의 한옥 분위기에도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K푸드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개별 제품에서 소비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불닭볶음면, 김, 냉동김밥처럼 제품 자체가 해외에서 화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삼겹살에 소맥을 곁들이고, 2차로 치킨을 먹고, 거리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다음날 삼계탕을 먹는 일련의 경험이 콘텐츠가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공식 광고모델은 아니지만 그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가 곧바로 화제가 됐다”며 “K푸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보다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황 CEO의 ‘닭 사랑’은 이번 방한 기간 내내 이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7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치맥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깐부치킨 회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도 유독 닭요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홍대 인근 BBQ 매장을 찾은 데 이어 6일에는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을 방문했고, 이날 다시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맥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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