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한국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혁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공개 감사 서한을 발송했다. 해외 기관투자가 단체가 한국 정부와 국회에 공식 감사의 뜻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ACGA는 지난 9일 한국 국회와 정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한국 당국이 추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글로벌 투자자 사회를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ACG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활동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2위 운용사인 뱅가드를 비롯해 105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총 운용자산(AUM)은 40조달러를 웃돈다. 국민연금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ACGA는 서한에서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명확해진 점,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한 점, 감사위원 선임 제도 개선, 전자주주총회 등 주주 참여 확대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이들 조치가 한국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시장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ACGA 회원사들이 제안했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결과의 당일 공시가 실제 제도화된 점을 언급하며 "한국 시장이 주요 선진 시장의 관행에 더욱 가까워졌으며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투명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추진,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발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 등도 긍정적으로 언급됐다. ACGA는 이 같은 정책들이 공시 품질과 이사회 책임성을 높이고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을 강화하는 체계적인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서한은 한국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 투자자사회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CGA는 2년마다 아시아 주요 국가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해당 평가는 국내 국회의 법안 검토보고서와 정부 정책 자료, 각종 연구 보고서 등에 인용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가장 최근인 2024년 평가에서 한국은 아시아 12개국 가운데 8위에 머물렀다. 다만 당시 평가에는 최근 추진된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 공시 개선 등 주요 개혁 조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CGA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와 국회의 개혁 성과를 높이 평가한 만큼 차기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ACGA는 "한국 정부와 규제당국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보여준 의지와 글로벌 투자자와의 소통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상법 개정 후속 조치를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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