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관세로 '설전' 벌인 美 USTR 대표와 워싱턴포스트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6-12 06:55   수정 2026-06-12 07:10


미국 정부가 지난달 한국을 비롯한 60개국에게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건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각국에 10%에서 1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기억하실 텐데요.

이 문제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워싱턴포스트와 미국 무역대표부 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가 설전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3일에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사설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설에서 "강제 노동은 현대판 노예제의 일종이고 혐오스러운 관행"이라면서 미국은 수정헌법 13조, 연방헌법 18편을 통해 이를 금지하고 있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률도 거의 한 세기 전부터 유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인데요. 2021년에 제정된 이 법은 중국 신장 지역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학대행위를 인정하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사설은 중국과 같이 명백하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을 모두 묶어서 광범위하게 적용한 것은 이번 관세의 동기가 진짜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 근절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4월 관세를 대체할 방법을 찾다 보니 이것을 끌어다 썼다는 겁니다.

그리어 대표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고 나섰는데요. 그리어 대표는 어제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서한에서 "현대판 노예제에 대해 자유방임주의적인 접근을 옹호하는 것은 워싱턴 포스트 뿐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워싱턴 포스트의 이러한 반대는 분명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1기 정부에서부터 강제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첫번 째 임기에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강제 노동 생산 물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도입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 상호무역 협정에서 이 내용을 포함하도록 요구해서 9개국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은 미국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막대한 규정 준수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반면, 세계 다른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어 대표의 트럼프 대통령 옹호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제노동 관련 관세의 목적이 비교적 뚜렷하다는 것은 워싱턴DC 내에서도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새로운 대체관세를 찾고 있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바 있고요. 결국 명분이 얼마나 타당하냐는 문제인데 그 문제가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영향력이 없어지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강제노동 문제가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그 수혜를 선진국이 값싼 상품으로 누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영리단체 워크프리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은 해마다 4680억달러 규모의 관련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그 중 절반(1696억달러)을 미국이 수입한다는 사실입니다. 주로 전자제품, 의류, 팜유, 태양광패널, 섬유 등이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습니다.

또 강제노동 관련 인구를 나라순으로 보면 G20 국가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가 1100만명, 중국이 580만명, 러시아가 190만명, 인도네시아가 180만명, 터키가 130만명, 미국이 110만명 등입니다. (G20은 아니지만 북한(260만명)과 파키스탄(230만명)도 강제노동 인구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은 강제노동이 '가장 만연한' 나라로 지목되어 있습니다. )



110만명이라는 수치를 보면 상대적으로는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 문제에서 미국이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부 역시 미국 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크웨인 멀린 노동부 장관은 홈페이지에서 "많은 이들이 강제 노동을 국제적인 문제로만 여기지만,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자유의 기반에도 불구하고, 강제 노동은 오늘날에도 미국에 존재하며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국가 인신매매 핫라인 자료를 인용해 노동분야 인신매매의 절반 가량이 소매업과 하우스키핑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20%는 가사 업무, 9%는 레스토랑, 8%는 건설분야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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