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5만원 믿기지 않아"…7조원 들여 지은 '펭귄섬' 정체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6-12 22:45   수정 2026-06-12 22:57



중국 남부 광둥성의 기술 허브 선전. 바오안국제공항에서 남서쪽 해안으로 따라가다 보면 다찬완 부두 동쪽에 있는 텐센트의 새 글로벌 본사 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대표 빅테크인 텐센트가 건설 중인 차세대 글로벌 캠퍼스인 넷시티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크리스탈 결정체들이 바다 위로 솟아오른 듯한 모습이다.

지난 11일 찾은 이곳은 정보기술(IT) 기업의 본사라기 보단 바다와 항만, 주거단지와 학교, 연구개발(R&D)센터, 기술 실험장이 한꺼번에 조성된 신도시에 가까웠다. 텐센트도 이곳을 자급자족형 스마트 테크 시티라고 부른다. 현지에선 텐센트의 상징인 펭귄 캐릭터를 따 펭귄섬이라고 지칭한다.
통제 벗고 '정주성' 입은 텐센트 신사옥
텐센트가 2019년 필지를 확보하면서 시작된 단지 조성은 이제 막 진행률이 30%를 넘었다. 부지 규모만 80만9000㎡다. 완공 후 총 건축면적은 300만㎡를 넘는다. 서울 여의도공원 약 13개를 합친 규모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5개 블록으로 나뉘며 R&D, 사무, 주거, 교육, 문화, 체육, 상업, 전시 기능을 모두 갖췄다. 전체 투자액만 약 319억위안이다. 약 7조1700억원의 초대형 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구역이 시범 운영에 들어가 약 1만4000명의 텐센트 및 계열·외주 인력이 입주해 근무 중이다. 이달 말에는 약 2만8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단지가 완성되면 8만명 안팎의 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공사 진행 속도가 빠른 4블록에는 서로 연결된 3개의 텅윈센터와 6개의 윈하이빌딩 오피스 건물이 있다. 건축물은 육지에서 바다 방향으로 높이가 점차 낮아지도록 설계됐다. 얼핏 보면 흐르는 듯한 도시 스카이라인 같다. 3개의 텅윈센터는 회의, 전시, 업무 공간이면서 직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저층부를 필로티 구조로 띄워 지면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구현해 직원들은 구름 빌딩이라고 지칭한다.
출근하면 로봇이 인사창밖은 90% 해경
단지를 돌아보면 톱니 모양처럼 높낮이가 엇갈리며 계단식 논과 비슷한 형태의 타워가 눈에 띈다. 텐센트 직원을 위한 이른바 펭귄 아파트다. 서쪽으로는 바다, 동쪽으로는 만을 마주하고 있다.



11개 동의 펭귄 아파트는 불규칙한 배열과 조합 설계를 통해 동서남북 네 방향의 방들이 최대한 바다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약 90%의 방에서 해경을 볼 수 있다.

41㎡ 안팎 원룸형 공간에는 중앙 냉난방, 세탁·건조기, 냉장고, 침대, 소파, 책상 등 기본 가구가 제공된다. 단지 안에는 헬스장, 학습실, 공유 주방, 상업시설도 있다. 월 임대료는 2000위안대부터다.



선전에서 집이 없는 입사 3년 이내 젊은 직원에게 우선 제공되고 있다. 텐센트 관계자는 "일하는 공간, 사는 공간, 기술 검증 공간, 시민에게 열린 공공 공간을 한데 묶었다"며 "신사옥에 입주해 이미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해경 조망을 임원실이나 접견실이 아니라 일반 직원을 위한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에 배치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공간의 약 80%가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층의 탕비실도 대부분 바다 쪽에 배치됐다. "출근한 직원이 고개만 들어도 바다가 보이도록 하라"는 마 회장의 지시에 따른 설계다.
게임·위챗 넘어 '스마트시티 청사진'
그간 기존 중국 빅테크 사옥의 상징은 속도와 규모, 보안과 통제였다. 하지만 텐센트 신사옥은 협업과 체류, 정주성을 강조하고 있다. 텐센트는 직원이 하루를 보내는 공간의 질을 생산성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단지 안에는 교육·생활 인프라도 깔렸다. 학교, 문화체육센터, 보건 센터, 버스 터미널, 호텔, 전시 공간 등이 모두 마련됐다. 텐센트는 전통적 의미의 폐쇄형 기업 캠퍼스를 벗어나기 위해 직원과 가족, 방문객, 주변 시민이 일정 부분 공유하는 도시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면에는 단지 전체를 기술 실험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단지 안에서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지하철역, 주차장, 업무동 등을 이동한다.



현재 자율주행 미니버스 운영 테스트 노선은 2개다. 텐센트의 인공지능(AI) 및 실시간 디지털 트윈, 5세대(5G) 원격 제어 등으로 운영되는 미니버스는 차량·도로·클라우드 기술의 집약체다. 운전자가 타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4(L4)급 차량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24시간 상시 셔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 녹지 공간에선 사족보행 로봇이 순찰하고, 방문객 로비에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보안, 청소, 시설 관리, 배송, 이동, 서비스, 생태 모니터링 등에서 로봇을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텐센트의 첨단기술 관련 R&D, 데이터 확보와 개선, 모델 구축 및 실행의 전 과정을 넷시티 안에서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텐센트는 직원 수가 빠르게 늘고 조직이 커지면서 기존 도심형 빌딩만으로는 조직 통합과 대규모 실증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신사옥을 통해 흩어진 조직을 모으고 AI 시대 업무 방식에 맞춰 텐센트만의 대형 플랫폼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텐센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도 신사옥 마련의 배경이 됐다. 텐센트는 게임·위챗 등 온라인 플랫폼·핀테크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 클라우드, 산업 인터넷, AI,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솔루션으로 사업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신사옥을 이같은 기술을 전시하는 쇼룸이자 실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는 테스트 베드로 삼으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킹 AI 시대의 물리적 인프라를 신사옥을 통해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치열해지고 있는 인재 확보 경쟁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AI 고급 인재를 붙잡기 위해 고품격 주거와 교육 환경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유인하려는 계산이다. 또 이들을 곳곳에 분산시키지 않고 하나의 구역에 밀집시켜 핵심 기술의 외부 유출을 막고 내부 시너지를 내려고 했다.



중국 빅테크에서 이같은 흐름은 텐센트만의 일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항저우 시내에 알리바바 캠퍼스 확장과 대규모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바이트댄스도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자가 사옥과 지역 거점을 늘리면서 여러 임대 사무실에 흩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하고, 콘텐츠·광고·AI·클라우드 사업을 도시별 산업 생태계와 접속시키고 있다.



중국 빅테크 전반에 걸쳐 사옥이 더 이상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인재·데이터·실증·도시 관계를 묶는 전략 인프라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의 대형 캠퍼스는 지방정부와 협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지방정부는 세수, 고용, 산업 집적, 도시 브랜드 제공을 챙길 수 있고, 기업은 토지와 인프라, 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선전=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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