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동안 수억 유로의 불법 자금을 이동시킨 중국계 지하은행이 이탈리아 경찰에 적발됐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탈리아 중북부 프라토를 거점으로 둔 이 비밀은행을 해체하고 관련 조직원 41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마약 밀매와 자금 세탁, 불법 이민 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비밀은행은 2021년부터 중국인에 의해 운영돼 왔으며, 3년 동안 매년 8000만~1억유로(약 1400억~1750억원)의 불법 자금을 다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은행 고객에는 이탈리아 활동 알바니아계 마약 밀매 조직과 이탈리아 마피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조직이 조직범죄를 위한 글로벌 브로커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각국의 중개인이 현지 자금을 대신 지급한 뒤 상호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간에 자금을 이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개인들은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 마피아의 비공식 송금 방식인 '페이첸'(Fei Chien·날아다니는 돈)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돈을 보내는 사람이 현지 브로커에게 자금을 맡기면 해외 협력자가 최종 수취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제 자금이 국경을 넘지 않아 추적이 어렵다.
지난해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Labs가 발간한 ‘그림자 은행가들’에 따르면, 페이첸은 암호화폐와 카지노 등으로 정규 금융망을 우회하는 방식을 구축해왔다. 북한 해커와 러시아 범죄조직, 멕시코 마약 카르텔 등 범죄 세력의 자금 세탁을 지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조직이 중국발 불법 이민도 알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인 이주민들을 남유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까지 항공편으로 옮긴 뒤 최종적으로 이탈리아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최대 9500유로(약 167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범죄조직이 불법 도박과 매춘, 마약 거래뿐 아니라 프라토의 패스트 패션 산업에 노동력을 공급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노동자는 하루 13시간, 주 7일 근무하며 시간당 약 3유로를 받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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