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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반도체 산업 경기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논쟁으로 남겨뒀던 중요 쟁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어디까지, 누구에게 나눌 것인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에 상응하는 성과급 지급(이하 논의의 편의를 위해 ‘성과이익공유제’라 한다)에 합의했다. 그러나 유사한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회사의 보상 체계나 기업의 사회적 의무로서 이익 공유와 관련된 논의까지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법적 대응 예고하고 나선 주주들

주주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성과이익공유제가 주주 몫인 배당가능이익을 훼손하고,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된다는 이유다. 정부는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사 양 당사자 만의 논의를 거쳐 성과이익공유제에 합의하자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주주 동의를 절차적 요건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협력업체·하청노동자·청년고용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차원의 분배 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누가, 어떤 권한에 근거해 어떤 절차로 분배를 결정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다만 이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 옳은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성과이익공유제가 주주이익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내주고 채권자와 국가 몫인 이자와 법인세를 떼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 후, 마침내 당기순이익이라는 과실을 누릴 준비를 하다가 또다시 앞단으로 돌아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누자고 한다면 반발은 당연하다.
다만 이를 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상법이 회사의 회계는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한 회계관행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상법 제446조의2), 기업회계기준이 법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돼 있지 않다.
나아가 배당을 보더라도 미래의 투자기회, 그간 이익발생의 추이나 잉여현금흐름 수준, 자본비용이나 자본조달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다. 성과이익공유제 역시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급 대상자가 주주도 아니다. 배당처럼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구성하긴 어렵다.
“성과배분은 제로섬 아니야”

법으로 성과이익공유제에 주주총회 승인이라는 요건을 강제할 당위가 있는지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상법은 근로자가 아닌 이사의 보수 결정에 관하여는 주주총회의 통제권을 두고 있다(상법 제388조). 이사회가 보수를 스스로 정하도록 한다면 자기거래에 따른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주식회사의 또다른 기관인 주주총회가 승인하도록 정책적으로 마련된 규정이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이러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거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주주총회 결의나 승인 사항으로 두고 있는 입법례도 찾기 힘들다.
주식회사 지배구조의 기본은 주주유한책임원칙에 따른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이러한 점에서도 성과급 지급을 통해 우수인력을 확보해 기업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높일지, 협력업체와 그 임직원에게 이익을 공유해 향후 이들과의 협력을 통한 더 큰 기업가치를 확보할지 등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로부터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회가 판단할 영역에 속한다.
성과이익공유제에서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 등 그 내용의 타당성이다. 주주총회가 승인하면 시행, 부결하면 무효라는 양자택일의 의사결정 체계라면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의 성과 배분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주주환원, 기업의 재투자, 성과급 지급 등 임직원 보상과 사회 환원은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요소들이다.
불필요한, 혹은 예측 불가능한 분쟁의 가능성이 있는 경직적인 법적 규율은 잠시 미뤄 두고, 규모와 지급 방식 등에 대하여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 뒤 이를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균형점을 찾는 경영진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주주의 이익을 최선으로 하면서도 기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지급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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