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큰 놈이 싸다"…300t 사들인 쿠팡에 무슨 일이 [프라이스&]

입력 2026-06-23 06:00   수정 2026-06-23 06:52

"올 여름 큰 놈이 싸다"…300t 사들인 쿠팡에 무슨 일이 [프라이스&]


전복은 오랫동안 ‘받는 음식’에 가까웠다. 명절 선물세트나 어버이날 보양식처럼 특별한 날에나 식탁에 오르는 고급 수산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전복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큰 전복은 공급이 늘며 가격이 내려갔고, 손질 전복과 소용량 상품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팔리고 있다. 산지에서 출고한 활전복을 다음 날 새벽 집 앞에서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복은 선물 상자 안의 고급 식재료에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 가정식 재료로 내려오고 있다.
7월 중순 복날 전후 '판매 정점'
전복은 5월부터 보양식 수요가 늘기 시작해 7월 중순 복날 전후 판매가 정점을 찍는다. 생산자들도 이 시기에 맞춰 전복의 품질을 끌어올린다. 쿠팡은 완도와 진도 등 산지에서 출고한 전복을 전국 물류망을 통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잡고 있다. 최남단 산지에서 수도권까지 500㎞ 안팎 거리를 하루도 안 걸려 잇는 산지직송 체계가 핵심이다.

쿠팡의 전복 매입량도 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전복 206t을 매입했다. 올해는 300t가량을 매입할 전망이다. 전년보다 약 45% 늘어난 규모다. 전국 30개 지역, 100여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로켓프레시 배송망이 확대되면서 활전복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전복 판매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은 가격보다 신선도와 편의성이다. 일반 온라인몰에서 전복을 주문하면 산지 출고 후 배송까지 하루 이상 더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쿠팡은 오후 1~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활전복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서 수조 전복을 고르고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것이다.
출하 전 품질 관리 까다로운 수산물
전복은 출하 전 품질 관리가 까다로운 수산물이다. 산지에서는 전복을 바로 포장하지 않는다. 전복이 먹은 해조류나 이물질을 배출하도록 절식 과정을 거치고, 수조에서 순치 과정을 진행한다. 순치는 전복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활력을 유지하는 과정이다. 생산자마다 순치 시간과 방식에 노하우가 있다. 쿠팡은 30년 이상 전복 품질관리 경험을 갖춘 협력사와 손잡고 활전복을 산지에서 선별해 배송하고 있다.

포장 과정도 신선도 유지에 맞춰져 있다. 완도 기준으로 보면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전복은 1차 검수와 계량을 거친 뒤 순치 수조로 이동한다. 이후 마리당 무게를 다시 재고 자동 계량기로 규격별 선별을 한다. 선별된 전복은 해수와 함께 산소포장지에 담긴다. 포장재 안에 산소를 충진한 뒤 아이스박스와 아이스팩으로 온도를 유지한다. 산지에서 고객 집 앞까지 콜드체인을 유지하는 구조다. 쿠팡은 양식장, 순치 과정, 최종 포장 단계에서 총 세 차례 검수한다고 설명했다.

큰 전복 kg당 3~4만원 …전년 대비 20% 저렴
올해 전복 시장의 특징은 ‘큰 전복이 싸졌다’는 점이다. 전복은 보통 1㎏에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를 뜻하는 ‘미수’로 크기를 표시한다. 1㎏에 6~10마리가 들어가면 대자, 11~20마리는 중간 크기, 20미 이상은 소형으로 분류된다. 숫자가 작을수록 한 마리 크기가 크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소비자가 많이 접하는 활전복 가격은 1㎏ 기준 3만~4만원대다. 예전 같으면 부담이 컸던 대형 전복도 올해는 공급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10~20%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전복은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상황이다.

가격 흐름이 달라진 건 양식 방식 변화 때문이다. 성장성이 좋은 전복 치패를 선별하고 밀식을 줄이면서 큰 전복이 더 빨리,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건강하게 자랄 새끼 전복을 골라내고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키우지 않으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 영향으로 대형 전복 공급이 늘었고, 유통업체들도 올해 대형 전복 행사를 집중적으로 열고 있다.

예전에는 1㎏에 7마리 들어가는 7미 전복이 큰 전복으로 통했다. 최근에는 한 마리 무게가 200g 안팎인 5미 전복도 나온다. 이런 대형 전복은 주로 선물용으로 팔린다. 횟감이나 찜용으로는 10~15미 안팎의 중간 크기를 많이 찾는다. 작은 전복은 전복죽, 삼계탕, 탕류에 넣는 용도로 소비된다.

다만 1㎏ 전복은 3만~4만원대 가격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1~2인 가구는 한 번에 1㎏을 사는 데 부담을 느낀다. 쿠팡은 중소용량 전복, 마리 단위 전복 등 상품 구성을 늘려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활전복 보다 '손질 전복' 수요 늘어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활전복이나 통전복 수요가 많았다. 냉동 전복도 산 채로 얼린 통전복이 주로 팔렸다. 최근에는 손질이 끝난 전복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자숙한 뒤 패각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해 살만 남긴 상품이다. 소비자는 버터나 양념만 넣고 바로 조리할 수 있다. 전복 손질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손질 전복이 간편식에 가까운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쿠팡 수산물 바이어는 “예전에는 손질 전복이 비싸다는 이유로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통전복이 아무리 싸도 손질이 번거로우면 찾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저렴한 실속형 상품과 6~7미 프리미엄 상품으로 수요가 양분되는 흐름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중소 산지 업체에도 온라인 유통망은 중요한 판로가 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산물 소비가 둔화되면서 생산자와 유통업체 모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쿠팡은 완도와 진도 등 인구감소지역의 산지 업체를 발굴해 로켓프레시로 연결하고 있다. 지난해 입점한 완도 지역 업체 ‘완도맘’은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아 쿠팡에 입점한 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소비자가 좋은 활전복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기준은 활력이다. 포장지에 전복 빨판이 붙어 있으면 살아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 빨판이 떨어져 있더라도 몸을 오므리고 있거나 뒤집었을 때 움직임이 있으면 활력이 좋은 전복이다. 크기가 큰 전복일수록 힘이 강해 손으로 펼치기 어려울 정도다.


반대로 살이 축 처져 있거나 몸을 오므리지 못하고 움직임이 없는 전복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활전복은 받는 즉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바로 조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산소포장 상태를 오래 뜯어두지 말고 냉장 보관해야 한다. 손질할 때는 솔로 표면의 이물질을 닦아낸 뒤 숟가락으로 껍데기와 살을 분리하면 된다. 내장은 전복죽이나 소스에 활용할 수 있지만,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전복 시장은 올여름 복날을 앞두고 다시 성수기에 들어간다. 올해는 대형 전복 가격이 낮아진 데다 새벽배송과 손질 상품 수요가 맞물리면서 소비자 선택지도 넓어졌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전복이 더 이상 명절용 선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지에서는 판로를 넓히고, 소비자는 더 신선한 전복을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이어 생생노트'는 유통 현장의 최전선에서 상품을 고르는 바이어(MD)의 시선으로 소비 트렌드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e커머스 등에서 실제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지, 앞으로 어떤 제품이 시장을 바꿀지를 현장감 있게 짚어냅니다. 숫자로 드러나는 매출 흐름뿐 아니라 상품 기획 과정과 진열 전략, 소비자 반응까지 함께 들여다봅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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