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예식장은 올해 들어 1년 치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웨딩플래너 이의연 씨(31)는 “결혼 수요가 늘어 서울 인기 웨딩홀은 최대 1년2개월, 경기 일부 웨딩홀은 1년6개월 후 예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6만23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25만7622건) 후 8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25만 건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혼인 건수는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2021년 19만2507건에서 2022년 19만1690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19만3657건, 2024년 22만2412건에 이어 지난해 24만326건으로 늘었다. 20대 후반의 결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5~29세 여성의 혼인은 2023년 5만5700건에서 지난해 6만9300건으로, 같은 연령대 남성은 2023년 3만4600건에서 지난해 4만2500건으로 증가했다.
혼인 증가는 경제적 이유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615만3000가구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에서 맞벌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48.6%로 최고치였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효율과 실리를 따지는 2030세대가 결혼을 경제적 생존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할거면 빨리" 자산형성 속도…웨딩홀 예약난에 올빼미 예식도
내년 9월을 목표로 결혼을 준비하는 직장인 최연수 씨(30)는 요즘 주말마다 ‘암행투어’를 다니며 웨딩홀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암행투어는 예비부부가 웨딩홀 계약 전 실제 예식이 진행되는 시간대에 하객처럼 방문해 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씨는 “예식을 치르고 싶은 웨딩홀 몇 군데를 정하고, 전화 예약을 받는 오전 10시에 남자친구, 가족, 지인까지 총동원해 전화를 건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예식장으로 몰리고 있다. 결혼이 주거와 가계를 안정시키는 경제적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며 ‘이왕 할 거면 빨리 하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공공예식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시 공공예식 사업인 ‘더 아름다운 결혼식’ 이용 건수는 2023년 75건에서 2024년 155건, 2025년 280건으로 늘었다. 올해 5월 말 기준 2026년 예약·완료 건수는 548건에 달한다.
양가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증여 혜택(자녀당 최대 1억5000만원)과 신혼부부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최대 6억원)이 결혼을 앞당기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이모씨(30)는 경기 용인 수지구에 9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증여받은 돈 1억원씩과 각자 취업 후 모은 1억원씩을 모두 합한 총 4억원의 현금에 대출금을 더해서다.
신혼부부 대상 주거정책도 결혼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지난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행복주택 신혼부부 청약에는 1686가구 모집에 3만912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3.2 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 관악 등 인기 지역은 100 대 1을 넘었다.
오는 10월 결혼하는 직장인 정모씨(30)는 “‘시월드’ 같은 문화가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며 “육아와 경제적 문제도 부부가 독립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게 맞다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 밖에 1990년대생인 에코붐 세대가 혼인 적령기에 들어선 인구학적 효과와 코로나19로 미룬 결혼 수요가 뒤늦게 반영된 것도 혼인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 건수 반등에 안도하지 말고 정부가 일·가정 양립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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