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지털 헬스케어, 우리는 어떤 의료의 미래를 만들 것인가? [삼정 KPMG CFO Lounge]

입력 2026-06-24 15:06  

K-디지털 헬스케어, 우리는 어떤 의료의 미래를 만들 것인가? [삼정 KPMG CFO Lounge]

이 기사는 06월 24일 15: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격변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격변 그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 의료 산업이 마주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한때 의료의 중심은 병원과 치료였다. 그러나 이제 의료는 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질병 이후의 대응에서 질병 이전의 예측과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의료의 무게중심이 병원 안에서 개인의 일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 구조와 제도, 서비스 방식의 상당수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의료의 흐름 자체를 누가 먼저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약 16.9%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39.7%, 2029년에는 약 4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산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 자체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의료가 질병 발생 이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질병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예측하고 개입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의료의 중심축이 병원 안에서 개인의 일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데이터와 기술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헬스 앱, 원격 모니터링 기술은 개인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과거 병원과 임상 환경 안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건강 데이터가 이제는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축적된다. 수면과 심박수, 혈당과 운동량 같은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 기록이 아니라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된다.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삶 전반에 어떤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현실은 아직 제한적이다. 2025년 삼정KPMG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1,942개를 분석한 결과, 산업 구조는 여전히 ‘분석·진단 중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 수집과 해석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뇌·정신질환, 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 주요 의료 영역에서는 분석과 치료 중심 솔루션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질환 영역에서는 기술적 깊이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이를 기반으로 예측·개입·관리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충분히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 활용 역시 병원과 임상 환경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고, 서비스 간 연계도 부족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건강관리 서비스는 단순 모니터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관리 체계는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AI 기반 위험 예측, 맞춤형 치료 추천, 디지털 치료제, AI 에이전트 기반 의료 상담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는 여전히 일부 영역 중심 활용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부족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와 규제 환경, 의료 시스템 전반의 연결성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개입하는 ‘예측·예방 중심 모델’로 이동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연속성과 서비스의 통합이다. 병원에서 생성된 의료 데이터와 개인 일상에서 축적되는 생활 데이터가 연결되고, 이를 기반으로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단발성 진단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 AI의 역할 역시 이 과정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가 위험 예측과 맞춤형 치료 추천을 넘어 상담·재활·치료 보조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와 로봇, 물리적 AI를 결합한 헬스케어 모델은 의료의 범위를 병원 밖으로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다양한 AI 솔루션을 병원 단위에서 통합·운영하는 ‘디지털 헬스 특화 병원’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 장비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이 아니다. 진단과 치료, 사후관리까지 AI 기반 서비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에 가깝다. 더 나아가 병원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연결되는 ‘확장형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의료의 공간 자체가 병원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산업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의 흐름 자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도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건강관리 경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데이터의 연결, 서비스의 확장, 의료 주체 간 협력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산업의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기술이 많다고 해서 의료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환자의 삶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다.

결국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도입했는가”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질문은 “이 기술이 의료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환자의 삶 전반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은 단순한 산업 트렌드가 아니라 의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데이터와 AI를 중심으로 한 변화 속에서 한국 헬스케어 산업이 구조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금이 그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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