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찾은 서울 은평구 백련산 등산로에는 평소와 같은 형형색색의 등산복 대신 검은색 옷차림의 등산객이 유독 많았다. 백련산은 매년 여름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량 출현하는 곳이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4)도 이날 검은 모자와 햇빛 가리개, 검은색 등산복으로 몸을 감싼 채 산에 올랐다. 그는 “햇빛을 막고, 러브버그도 피하려고 평소와 달리 어두운색 옷을 입었다”며 “이맘때면 러브버그가 집에도 들어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시민과학 플랫폼 관측 기록과 기상 자료를 토대로 올해 러브버그의 주요 활동 시기를 6월 15~29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개체 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활동 최성기는 이날이었다.
러브버그의 출몰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 은평구·서대문구 등 북서부 산지와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목격됐지만, 최근에는 광진구 등 동부권은 물론 경기 안양·군포·수원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도 대량 출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 제보와 민원 역시 특정 지역에 집중되기보다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천 계양산 일대가 검게 물드는 등 러브버그는 매년 세를 키우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러브버그 민원은 2022년 4448건에서 2023년 6428건, 2024년 1만3127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1만1429건이 들어왔다.
SNS에서는 ‘저승사자룩’을 입어야 한다는 팁이 공유되고 있다. 저승사자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으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인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창틀 아래 물구멍을 막는 방충망도 인기다.
지자체들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로구는 북악산과 인왕산 등 산지 인접 지역은 물론 최근 출몰이 늘고 있는 주거지와 도심 생활권을 중심으로 포집기 150세트를 설치했다. 인천 계양구는 계양산 천마산 일대에 10㎞ 길이의 끈끈이 롤트랩을 설치했으며, 살수차와 드론까지 투입해 대응할 계획이다.
러브버그 활동 최성기는 지났지만, 방심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브버그는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발생 규모와 활동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일부 지역에서는 7월 초까지도 시민 불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20일 비가 그친 뒤 계양산 정상 부근의 러브버그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산림 지역 러브버그는 도심보다 늦게 활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7월 초까지는 발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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