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구입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 서명을 돌연 취소하고 선거법인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의 우선 처리를 요구했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공약인 주택 정책과 정치 일정이 맞물리면서 향후 입법과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예정됐던 법안 서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서명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은 연방 선거의 투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추진해온 법안이다. 반면 이번에 서명이 보류된 주택구입 부담 완화 법안은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행정명령을 통해 직접 추진했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기관투자자의 주택 매입 제한은 일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블랙스톤과 서버러스 등 사모펀드 운용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안은 이번 주 의회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더라도 의회가 회기를 유지할 경우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법률이 된다. 에버코어 ISI의 매슈 액스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법안이 자동으로 시행되도록 둘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 부담 완화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해온 핵심 경제 의제다. 그러나 최근 경제 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악화하고 있다. FT의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68%가 물가와 생활비 대응에 부정적인 평가를 했으며, 이는 4월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주택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해 2천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프로그램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지만, 이란 전쟁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통화 완화 여건은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안정과 주거비 부담 완화를 둘러싼 정책 기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를 선거법 처리와 연계한 이번 결정이 향후 의회와 백악관의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법안이 대통령 서명 없이 자동 발효될지, 또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처리될지가 향후 미국 주택시장과 정책 신뢰도를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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