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도주인 반도체주가 단기 조정을 받는 사이 방산과 화장품 등 수출주가 반등하고 있다. 역대 최대 수출 실적과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업종에 기관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란 분석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반도체주 강세 사이클 종료보다는 특정 업종에 집중됐던 투자심리가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으로 넓어지는 순환매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6월 29일~7월 3일) KRX 반도체지수는 9%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도 8394.65에서 8088.34로 3.6% 떨어지는 등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반면 KRX K-AI 방산 TOP5 지수는 약 4.6% 상승했고, 화장품주가 속한 KRX 필수소비재지수도 1%대 올랐다. 특히 필수소비재 지수 구성 종목 중 한국콜마는 8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도 3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화장품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매수세가 이들 수출주로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주 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36억원), 한국항공우주(1133억원), 한국콜마(576억원), 현대로템(421억원) 등 방산·화장품주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1조8150억원)와 SK하이닉스(1628억원) 등 기존 주도주와 함께 실적 가시성이 높은 수출주를 함께 담은 모습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방산과 화장품이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수출과 수주를 바탕으로 한 실적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장품은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방산은 풍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중장기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화장품주는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 1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수출도 39억달러로 1분기보다 25.8%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순환매에 베팅한다면 화장품 업종은 좋은 선택지"라며 "그간 테크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으로 극심한 약세를 보였으나, 이익 추정치는 꾸준히 높아졌으며 바뀐 것은 주가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에이피알과 한국콜마를 최선호주(톱픽)로 유지하며 "실적 모멘텀이 가장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매도 압력에 노출돼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방어업종 비중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며 "인바운드 소비와 관련된 화장품, 유통도 투자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 역시 단기 테마보다 장기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 4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넘겼다.
유럽 재무장과 미국의 국방비 확대, 국내 방산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납기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이미 확보한 수주만으로도 수년간 실적 가시성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방산 시가총액 1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실적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주잔액을 고려하면 2028년까지도 이익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핵심 포인트는 국내 방산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기대된다는 점과 수주 파이프라인의 가시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순환매를 반도체주 강세 종료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우려는 AI 투자 둔화보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서며 반도체로 쏠렸던 수급의 언와인딩(쏠림 해소)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는 신호와 소음의 구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설비투자의 향방을 확인할 신호 발견까지 소음을 견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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