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장벽’에 막혔던 K조선, ‘한미 동맹’ 타고 천조국 안방 공략

입력 2026-07-08 13:27   수정 2026-07-08 13:33

‘나토 장벽’에 막혔던 K조선, ‘한미 동맹’ 타고 천조국 안방 공략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K방산이 1000조원대 규모의 미국 함정 시장을 겨냥해 대반격을 준비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높은 진입 장벽에 가로막혔던 한국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각각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에 대한 정보요청서(RFI)를 국내 조선사들에 발송했다.

미국 측이 양국 간 '마스가'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국내 조선업계의 함정 건조 역량을 일괄 문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 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제출했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삼성중공업까지 가세해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모두 회신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공식 입찰 전 단계인 RFI 수준이지만, 향후 제안요청서(RFP) 발행 등 미국 정부와의 본격적인 본사업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 조선사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에는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의 해군력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370여 척의 함정·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35척까지 늘릴 전망이다. 반면 미 해군의 보유 함정은 296척에 불과하다.

이에 미 해군은 2054년까지 함정을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앞으로 30년간 총 364척, 연평균 12척의 신규 함정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트라(KOTRA) 보고서는 미국이 이를 위해 향후 30년간 연평균 300억 달러(약 45조원)씩, 총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캐나다 CPSP 수주전에서는 나토 핵심 회원국인 독일(TKMS)과의 지정학적·전략적 유대 관계에 밀렸으나,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동맹과 한국의 압도적인 건조 능력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국의 군함 건조를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의 강력한 자국 조선업 보호 규제(존스법 및 연방법 10 U.S.C. 8679)는 여전히 거대한 장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조선소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미국 의회 내 기류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재 미 하원은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통해 "외국 조선소 건조 함정에 예산을 단 1달러도 쓸 수 없다"며 빗장을 걸어 잠근 반면, 상원은 "급유함 등 비전투함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외 건조를 허용하자"며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한국 조선업계는 규제 장벽이 비교적 낮은 '급유함 등 비전투함 직수출'을 우선 공략하는 동시에, 이지스함 같은 '전투함' 분야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등)를 통한 현지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위주로 진입하는 '투 트랙 우회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결국 이 강력한 빗장을 풀기 위해서는 총 1500억 달러(약 230조원)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를 골자로 하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세일즈 외교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조선 분야를 포함한 호혜적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느냐"고 직접 타진했고, 이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 대통령은 캐나다 수주 불발 직후 "K방산의 담대한 도전은 계속된다"며 "연구개발과 수출 지원, 국제협력 강화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며 전방위적인 방산 수출 드라이브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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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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