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마이런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합류 전 작성한 ‘마이런 보고서’에서 “미국이 큰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것은 너무 많이 수입해서가 아니라, 준비자산을 제공하고 세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미 국채(달러)를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는 동맹국에게 초장기채를 사실상 떠넘기는 방식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마러라고 협정’)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논리는 기축통화 발행국은 통화를 세계에 유통하기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해야 하며, 이는 결국 기축통화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트리핀의 딜레마’ 이론에 기반해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등장한 이 가설은 현재 국제경제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핵심적인 근거 중 하나는 비 기축통화국들이 달러를 활용해 상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사고 파는 것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가 달러 표시 자산을 적극 매수하면서 꼭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할 필요가 사라졌다.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작성한 글에서 “미국은 외국의 상품이 아니라 자산을 ‘수입(거래)’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미 달러표시 자산의 주요 구매자가 민간 투자자로 바뀐 현 상황은 트리핀의 딜레마에 기반한 마이런 등의 논지를 더 약화시킨다. 비아지오 보소네 세계은행 선임고문은 최근 기고에서 “글로벌 유동성 창출의 메커니즘 자체가 변했다”며 “트리핀의 세계에서는 국가가 희소한 자원을 발행하지만, 현 세계에서 유동성은 탄력적이고 주로 민간 부문에서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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