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넘어 ‘K-산업 플랫폼’ 대전환”…유진그룹이 미디어에 뛰어든 이유 [현장]

입력 2026-07-09 21:21   수정 2026-07-09 21:22

“레미콘 넘어 ‘K-산업 플랫폼’ 대전환”…유진그룹이 미디어에 뛰어든 이유 [현장]




유진그룹이 미디어 사업을 레미콘·건자재·유통·금융에 이은 그룹의 네 번째 핵심 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해 데이터와 콘텐츠를 결합한 ‘신뢰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K-산업의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강희석 유진이엔티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유진기업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며 광고와 수신료에 기댄 기존 미디어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 자산’을 데이터와 커머스, 이벤트로 확장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가’ 강희석, 미디어의 위기는 ‘업의 재정의’ 기회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지낸 강 대표는 이번 간담회에서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며 ‘신뢰’를 생존 열쇠로 제시했다.

국내 방송광고 시장은 2021년 4조 531억원에서 2026년 2조 5583억원(전망치)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강 대표는 “뉴스 링크를 클릭해 광고 수익을 얻던 모델은 에이전트 AI가 쇼핑을 대행하는 시대에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진그룹은 기존 내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물류 로봇 ‘TXR’과 함께 ‘미디어’를 신수종 사업으로 편입시켰다.

레미콘과 건자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 산업’의 특성을 띤다. 강 대표는 “기존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자산 경량화가 가능하면서도 전 세계를 무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했던 시점에, 미디어를 낙점했다. 미디어는 설비 투자보다 데이터와 콘텐츠라는 ‘무형의 자산’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에셋 라이트 사업의 정점이라는 판단이다.

강 대표는 “미디어 업계 현업 종사자들처럼 우리도 사업적 미래를 고민했다”며 “기존 콘텐츠 제작·배포에서 벗어나 ‘신뢰 기반 사업(Business of Trust)’으로 미디어의 본질을 재정의했다”고 강조했다.


PMC 모델 벤치마킹, 유진만의 성공 문법 찾는다



강 대표는 구조적 위기를 돌파할 모델로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De Beers)와 IBM의 사례를 꺼냈다. 위기 속에서 본질적 자산을 찾았던 이들처럼, 유진그룹이 보유했지만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와 신뢰 자산’을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선도 모델로는 미국의 PMC(펜스케 미디어 코퍼레이션)를 꼽았다. PMC는 빌보드, 버라이어티 등 신뢰받는 미디어를 인수해 데이터 사업과 어워드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확장했다.

유진그룹은 이를 한국 시장 특성과 방송법 규제에 맞춰 ‘유진 미디어 선순환 성장구조(Buy-Upgrade-Add)’로 구체화한다.

YTN 지분 인수(30.95%, 약 3200억원)로 신뢰 자산을 선점하고, 스튜디오 유지니아와 TXR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가치를 높인 뒤, 공간 개발과 데이터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식이다.



블룸버그·FT처럼…“미디어는 4번째 먹거리, 5000억 매출 목표”



강 대표는 질의응답을 통해 구체적인 수익화 방안과 그룹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우선 막대한 투자금의 회수 방안에 대해 강 대표는 “10년 내 투자액 중 60%를 콘텐츠에, 나머지는 인수 및 사업에 투입할 것”이라며 “핵심은 데이터다. 빌보드 데이터로 산업을 분석하듯, K-인더스트리의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블룸버그나 파이낸셜 타임스(FT) 식의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상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에서 현금 창출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유진그룹이 미디어를 통해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K-컬처와 K-인더스트리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 파트너’다. 현재 K-뷰티, K-패션 등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이들을 객관적으로 보증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미디어 플랫폼은 부재한 상태다.

강 대표는 이를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산업의 ‘신뢰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뉴스나 콘텐츠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에 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하여 글로벌 자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그것이 강 대표가 생각하는 미디어 사업의 미래다.

보도 전문 채널 YTN의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독립 경영’과 ‘신뢰 데이터’라는 두 가지 축을 제시했다. 유진그룹은 YTN을 비롯해 에디토리얼 역량을 갖춘 미디어들과 협력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울 방침이다.

강 대표는 “YTN은 독립 경영을 존중하며 본연의 가치를 보호할 것”이라며 “그룹은 매크로적인 시각에서 신뢰받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둔다”고 말했다.

특히 남산 타워의 공간 활용 전략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와 맞물려 그룹의 핵심 카드로 떠올랐다.

강 대표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의 영향으로 남산 타워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서울이 매우 힙한 도시로 변모한 만큼, 남산 타워를 단순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 등을 여는 마케팅의 성지이자 미디어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직영 전환 이후 노후 시설 개선과 함께 상징적 공간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M&A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앙일보 등 특정 언론사 인수설을 일축했다. 강 대표는 “방송법상 지분 제한(30%)이 있어 특정 매체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버티컬 미디어를 JV나 전략적 투자 방식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력 사업인 레미콘과 미디어 간의 관계에 대해 강 대표는 “미디어가 기존 사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룹의 먹거리가 4개로 늘어난 것”이라며 “5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지만, 적자를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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