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우리 증시, 하루하루가 스펙터클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회사에 등극했고, SK하이닉스는 풍운의 꿈을 안고 나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대형 호재가 무색하게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난무하는 ‘미친 변동성’은 여전했다. 그런데 한 주 동안 MZ세대 개미들 사이에서 ‘삼전닉스’가 부럽지 않을 뜨거운 주목을 받은 종목이 있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코드 003680. ‘크래미’라는 게맛살로 널리 알려진 한성기업 얘기다.한성기업은 1963년 부산에서 설립돼 1989년 상장한 중견 식품회사다. 오랜 업력에도 주가는 대체로 지지부진했다. 올해 들어서도 20% 이상 미끄러지더니 5월 말에는 시가총액이 300억원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시총 미달로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전은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을 타고 시작됐다. “한성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 국산 원료만 쓰고, 참전용사를 위한 문화 행사를 25년째 열고 있는 애국 기업이라고 한다. 이런 회사가 상폐 위기에 처해 있다. 도와야 하지 않겠나.”
미담을 발견하면 ‘돈쭐’(돈을 써서 혼쭐내준다는 반어법)로 화답하는 게 요즘 네티즌 인심이다. “크래미를 사주자”는 운동이 일면서 이 회사 쇼핑몰 주문이 폭주했고, “주식도 사주자”로 이어져 주가까지 빨간불을 켰다. 월요일 +9.57%, 화요일 +3.78%, 수요일 +4.16%.
예상치 못한 관심에 얼떨떨했는지 한성기업은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과한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국산 원료를 우선하지만 부득이하게 외국산도 일부 쓰고 있다”며 사실을 바로잡기도 했다. 이 입장문이 “정직해서 더 좋다”는 반응을 얻으며 화제성이 또 한 번 폭발했다. 목요일 +29.94%, 금요일 +29.95%. 시총이 순식간에 500억원을 넘어서 상폐 위험군에서 일단 벗어났다.
묵묵히 선행을 이어온 기업이 재평가받고 실적 반등의 기회까지 잡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4000원대이던 주식이 8000원대로 폭등하는 닷새간의 과정을 바라보며 이런 의문도 좀 들었다. 미국 레딧에서 보이는 ‘밈 주식(meme stock)’과 너무나 판박이 아닌가. 이렇게 튀어 오른 주가가 유지될 수 있는 건가.
개인이 의기투합해 가격을 번쩍 들어 올렸다는 사실은 이 주식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분위기 훈훈한데 왜 찬물 끼얹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총이 작은 데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매출과 이익이 정체 상태인 데다 수익성 지표도 식품업계 평균보다 낮은 현실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인터넷에는 ‘제2, 제3의 한성기업’ 목록이 함께 돌고 있다. 그중 하나가 볼펜을 파는 토종 문구기업 모나미인데, 이틀 연속 20% 이상 뛰는 중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성기업과 모나미는 2019년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때도 반짝 뜬 종목이다. 당시 노 재팬 테마주에는 ‘잎새주’의 보해양조와 ‘탑텐’의 신성통상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후 우량주로 거듭났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부실 종목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상폐 기준은 계속 강화될 예정이다. 이달 1일부터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상태만 지속돼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상장사가 유지해야 하는 시총의 최소 기준선은 내년 1월부터 유가증권시장 500억원, 코스닥시장 300억원으로 더 높아진다. 내실을 다져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연중무휴 상폐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와 시총이 커트라인에 못 미치는 일부 상장사는 상폐를 피하기 위해 액면병합, 유상증자, 인수합병(M&A) 같은 방식을 총동원해 몸부림치고 있다.
식품, 문구, 주류, 의류 분야에서 오랫동안 각자 자리를 성실하게 지켜온 기업의 선의와 저력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소비자로서 제품을 고르는 기준과 투자자로서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달라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칼바람이 예고된 만큼 투자자들이 판단의 날을 더욱 냉철하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밈 즐기듯 가볍게 주식 살 만한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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