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메모리와 반도체 수요는 인구나 하드웨어 기기 수에 따라 결정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피지컬 AI, 로봇 등에 매우 많은 양의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사이클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추론과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온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새로운 모멘텀’이었다. 그는 미국 상장이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 직접 접근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투자에 훨씬 다양한 금융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 상장의 또 다른 효과로 글로벌 인재 확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그는 “한국 주식을 기초로 한 스톡옵션만으로는 (글로벌 인재에게) 매력이 크지 않았다”며 “이제는 글로벌 인재를 훨씬 쉽게 영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글로벌 주주들이 새로 합류한 만큼 그에 걸맞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동력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추가 생산시설 건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디애나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입하는 첨단 패키징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추가 생산시설은 가능하지만 조건이 있다”며 “충분한 전력과 깨끗한 용수, 부지, 인력, 공급망 생태계가 갖춰진다면 미국에 공장을 짓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지역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실무진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적합한 입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은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용수 인프라와 전문 인력, 소재·장비·부품 기업이 모인 생태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도 단기적인 가격 극대화보다 고객과의 장기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공급이 늘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고정가격이든 변동가격이든 고객의 관심은 필요한 물량을 제때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엔비디아와 구글 등 일부 빅테크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과 제한된 공급을 이유로 HBM 사용량을 줄이는 시스템 설계를 연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선을 그었다. 그는 “HBM 수요가 줄어드는 신호를 전혀 보지 못했다”며 “파트너들이 올해와 내년 공급 능력을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공급 부족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석 달 전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일각에선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정작 고객사들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5~6배 수준의 공급을 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주완/최한종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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