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다시 무장 중…K-방산에 기회의 시간 왔다

입력 2026-08-13 06:00  

[스페셜] 글로벌 방위산업 리포트



2022년 전면전으로 확대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만 4년이 훌쩍 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미국·이란 전쟁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6개월이 넘었다. 휴전 중에도 중동의 곳곳에서는 군사 공격·폭격이 발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무력 분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각 국가들은 무기고를 채우기에 바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비 예산을 제시했다. 혹자는 작금을 글로벌 신냉전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 우방과 동맹의 결속은 약화되고, 갈등과 분쟁이 상시화되고 있다.

유럽과 중동뿐만 아니라 일부 아시아 국경지역의 무력 분쟁 등 글로벌 분쟁의 빈도수 증가와 자국 안보의 중요성 부각으로 인해 글로벌 방위산업은 구조적 증가세에 놓여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방위비’ 확대와 ‘무기 거래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잦은 무력 분쟁

글로벌 방위산업은 러·우 전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분열 및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무력 충돌, 각국 정책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전쟁 테마가 아닌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많고, 잦은 무력 분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 중동지역의 빈번한 분쟁,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 중국·아세안 국가들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의 도련선 전략 등 해양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도 지정학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인도·파키스탄 분쟁, 태국·미얀마, 태국·캄보디아 국경 부근에서의 빈번한 교전 등 전 세계 곳곳에서의 지정학적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 GPR 지수(GeoPolitical Risk Index·지정학적 리스크 지표)는 1985년 이후 걸프전,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의 굵직한 전쟁 및 충돌에 급등했으나 2020년 이후에는 지표의 급등세가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역할 축소, 동맹의 재정의

글로벌 분쟁이 증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각 국가별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동맹국의 자주 국방 능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상향 조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이에 따라 유럽은 미국의 압박과 러·우 전쟁으로 인한 빠른 무기 재고 소진으로 국방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중동도 잦은 분쟁과 미·이란 전쟁에 따른 무기 소진 및 이란의 걸프만 국가 공격 등으로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미·이란 전쟁에서 나타난 특징은 러·우 전쟁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분쟁 및 충돌의 상시화다. 미·이란이 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동 걸프 국가와 이란 간 상호 공격 및 국지적 교전이 발생하고 있다. 양측이 원하는 바에 대한 합의가 도달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저강도 공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글로벌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의 결속 약화와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나토 탈퇴 시사 및 유럽 내 역할 축소에 대한 지속적 언급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방위비 부담 확대를 강조하는 점도 동맹 결속이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번 미·이란 전쟁을 계기로 나토와의 동맹이 재정의됐다고 평가된다. 일례로 미·이란 전쟁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주요국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대부분 거절하며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미국은 독일 주둔 미군 일부 철수 및 독일 미사일 배치 계획 철회를 고려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3만6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프리카 사령부의 본부가 위치한 핵심 지역이다. 이는 단순 병력 철수를 넘어서 글로벌 미군 재배치 신호탄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미국에 협조하라는 압박을 동맹국에게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유럽 홀로서기 시작됐다

셋째, 무기와 관련해 소모성 무기와 다층 방공망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이란 전쟁에서도 러·우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드론의 활약이 컸고, 인공지능(AI) 및 첨단 기술이 활발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미·이란 전쟁에서는 저강도 분쟁이 상시적으로 나타나면서 소모성 무기의 사용이 증가했다. 즉, 탄약, 포탄, 드론 등 지속·반복 구매가 요구되는 소모성 무기의 중요성이 커졌다.

또한 미사일, 탄도탄, 드론 등이 동시에 날아드는 공격이 반복되면서 영공 방어를 위해서는 고가의 정밀 요격무기에 의존하는 단일 방공 시스템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탄도·순항·드론 요격을 통합한 다층 방공망 강화의 중요성이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 방산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전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방공 무기, 탄약, 포병, 전차 등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이란 전쟁에서 천궁-II의 요격율이 96%를 기록하는 등 방공 무기에 대한 성능이 입증돼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분쟁의 빈도 증가, 지정학적 분쟁의 상시화 및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유럽과 중동의 무기 재고 감소, 자주 국방 안보의식 강화 등에 따라 방위산업은 구조적 성장 환경이 갖추어졌다. 이런 흐름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최근 발표한 글로벌 방위비 지출 규모 및 무기 거래 트렌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4250조 원, 11년 연속 늘어난 군사비



SIPR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방위비 지출 규모는 11년 연속 증가해 냉전 이후 역대 최대인 2조8870억 달러(약 4250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실질 기준 2.9% 증가한 수치로 2024년 증가율인 9.7%보다는 다소 낮으나 미국의 방위비가 7.5%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방위비 지출은 9.2% 증가했는데, 유럽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의 방위비 지출 증가가 글로벌 방위비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의 방위비 감소 요인은 우크라이나에 신규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중은 2.5%로, 2024년 2.4%보다 소폭 상향됐으며, 전 세계 정부 지출 대비 방위비 비중은 6.9%로 지난해 7%보다 소폭 하락했다.

글로벌 방위비 규모는 소수 상위 국가에 집중돼 있다. 2025년 방위비 지출 상위 5개 국가의 비중이 58%로, 상위 40개 국가의 비중은 9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두드러진 현상은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급증이다. 2025년 유럽 전체 방위비는 전년 대비 14%, 러·우 전쟁 발생 이전인 2021년 대비 75% 증가했다. 2025년 지역별 방위비 지출 비중은 미주 38.2%, 유럽 29.1%로 2021년 대비 미주 비중은 8%포인트 축소된 반면, 유럽은 8.8%포인트 상승했다. 유럽 최대 방위비 지출 국가인 독일은 전년 대비 24%,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49%, 20.1% 증가하는 등 유럽 주요국의 증가율이 높았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전체에서 나토의 방위비 점유율은 55%이며, 이 중 나토 유럽 회원국의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2025년 20%까지 상향됐다. 나토 유럽 회원국은 러·우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른 원조성 군비 확대, 미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군비 증강 압력에 따른 결과다.

2025년 기준 나토의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은 2.3%로 나토 중장기 목표인 5%와 비교 시 아직까지 현저히 낮다. 중장기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조적인 군사력 증강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방위산업의 성장은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수입 3배…아시아는 자급화로 감소

전 세계적인 방위력 증강 및 무기 수요 증가는 무기 거래 데이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근 발표한 2021~2025년까지 최근 5년 합산 무기 거래액은 직전 5년(2016~2020년) 대비 9.2% 증가한 것으로 2011~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무기 거래액은 2001~2005년 이후 2010년대 후반 정체기에서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지역별 무기 수입에서의 특징은 첫째, 유럽 지역의 수입 급증이다. 최근 5년 유럽 지역의 무기 수입은 직전 5년 대비 3배 이상(210%) 증가했으며, 글로벌 전체 무기 수입 규모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직전 5년(2016~2020년) 11.6%에서 최근 5년(2021~2025년) 33%로 급상승했다. 이는 러·우 전쟁 영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수입 증가, 자국 무기 재고 확충에 기인한다.

둘째,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무기 수입 큰 폭 감소다. 해당 지역 무기 수입은 최근 5년간 직전 5년 대비 20% 감소했다. 그 요인은 중국, 한국, 호주 등이 방위비를 증가시키며 무기 자급화를 확대함에 따라 수입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해당기간 동안 중국의 무기 수입이 72% 감소했으며 호주와 한국은 각각 38%, 54% 감소했다.

미국 수출 42%로 확대…유럽이 새로운 큰손

무기 수출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무기 공급국으로서 미국의 위상 강화다. 최근 5년(2021~2025년) 미국 수출액은 직전 5년(2016~2020년) 대비 27% 증가, 수출 점유율은 직전 5년(2016~2020년) 35%에서 최근 5년 합산 기준 42%로 무기 수출 점유율이 확대됐다.

무기 수출 대상국에는 직전 5년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던 중동과 아시아 국가들의 비중이 하락하고 유럽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사우디, 호주 등은 수출 비중이 감소한 반면,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러·우 전쟁에 따른 무기 수요 급증 및 무기 재고 확충에 따라 미국의 무기 수출 주력 지역이 유럽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는 중동의 수입국 다변화와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의 수출 증가세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이들 대부분은 유럽 역내로 향했으며 중동으로의 수출도 확대됐다. 아시아는 무기 수출 5위인 중국의 수출이 직전 5년 대비 11% 증가하고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이 같은 기간 24% 증가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9위→4위, 한국 무기 수출 도약



한국은 방위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무기 수출의 신흥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 2021~2025년 합산 기준 한국의 무기 수출 점유율은 3%,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직전 5개년 합산액 대비 24% 증가, 점유율은 0.4%포인트 상승했다. 2025년에는 무기 수출 4위를 기록하며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K-9 자주포, K-2 전차, 천궁 등 주요 전차, 장갑차, 유도무기 등의 수출 호조로 국내 4대 방산 기업의 글로벌 순위도 2023년도에 비해 2024년도에 상향됐다. 한화그룹은 24위에서 21위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73위에서 60위로, 현대로템도 84위에서 80위로 상승했다.

한국 방산 경쟁력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압도적인 가성비와 '납기 준수(delivery)' 능력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방산 기업들은 냉전 종식 이후 생산 인프라를 축소해, 최근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러·우 전쟁을 계기로 본격 부각됐고, 최근 미·이란 전쟁에서도 고성능, 신속 조달 가능한 무기로 부각됐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주문 시 초도물량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인도받았다. 가격 역시 서방의 무기 대비 70~80% 수준이다. 96%의 높은 요격률을 보여준 천궁-II는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과 비교되는 중고도 유도무기로 가격은 PAC-3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재고가 고갈되며 수출 납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천궁-II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② 미국·나토 체계와의 높은 호환성
한국 무기는 한미 연합 작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 때문에, 미국 및 나토의 규격(NATO Standard)과 호환이 용이하다. 155mm 포탄 공유는 물론, 전술 데이터링크와 사격통제 시스템이 서방 시스템과 연동된다. 무기체계를 전면 교체하기 부담스러운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산 무기의 대체재 및 보완재로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다.

③ 실전형 미사일·방공 기술
천궁-II(M-SAM)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대규모 수출, 그리고 L-SAM 개발 등으로 한국 방공 미사일 기술은 입증됐다.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 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로, 드론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시달리는 중동 국가들에는 필수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④ 기술 이전 및 현지 MRO 패키지
미국이나 일부 유럽 강대국 대비 현지 합작 법인 설립, 기술 이전,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허브 구축과 같은 패키지 수출에 적극적이다. 자체 방위산업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들엔 유리한 수출 경쟁력이다.




한국 방산의 세 무대, 유럽·중동·북미

글로벌 방위비 확대 및 무기 거래 트렌드, 그리고 이란 전쟁에서 나타난 전쟁의 양상으로 볼 때 한국 방위산업 수출이 주목하는 지역은 다음과 같다.

① 유럽

유럽은 가장 빠르게 방위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무기 수입도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촉구뿐만 아니라 러시아 위협에 대해 독자 대응 능력 제고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나토 내에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어, 러시아 위협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다. 더욱이 그동안 위축됐던 방위산업 생산 기반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확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역부족으로 무기 수입과 생산 기반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은 국내 방산 기업의 주력 수출 지역으로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풍부한 수주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무기 수요 확대에 따라 한국 방산 수출이 유럽 내 타 국가들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유럽은 장기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내 생산 기반 강화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어 국내 방산 업체들도 현지 공급망 확대 등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폴란드 잠수함 사업(오르카 프로젝트)과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 수주전에서 각각 스웨덴 사브, 독일 라인메탈에 고배를 마셨던 수주 실패 사례에서 보듯 유럽의 역내 방산 우선 구매 기조 강화에 대해 현지화뿐만 아니라 공동생산, 정비 및 후속 지원 체계 구축 등 장기적 파트너십 전략 강화를 통해 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② 중동

2010년대 중후반 무기 수입 사이클 이후에 수입이 다소 위축됐으나, 국방력 강화 기조, 잦은 중동 분쟁으로 인한 무기 재고 감소, 특히 미·이란 전쟁으로 다층 방공망에 대한 필요성이 고조되며 고성능이 입증되고 가성비와 신속 납기 능력을 갖춘 한국의 방공무기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무기 수입과 함께 생산시설, 기술이전, 유지 관리 및 보수, 국가 안보, 에너지 시설 및 민간 인프라 등 보호 차원에서도 국가 방어를 위한 무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③ 북미

미국은 자국 방어 및 미국 내 방산 재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동맹국의 방산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2026 국가방위전략(NDS) 및 미 국방부 예산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이란 전쟁에서 고가 정밀 요격 무기 소진으로 인한 무기 재고 채움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군력 증강 등 한국 방산의 기회 요인이 풍부하다.

전쟁이 끝나도 유럽은 계속 무장한다



앞서 살펴본 최근 SIPRI 방위비 지출 및 무기 거래 데이터에서 살펴보았듯이 유럽은 2025년 글로벌 방위비 증가(미국 제외 글로벌 국방비 증가율 9.2%·유럽 지역 +14.1%) 및 최근 5개년 무기 거래액 증가(글로벌 9.2%·유럽 무기 수입액 +209.9%)를 견인한 1등 공신이다. 이러한 결과는 러·우 전쟁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으나, 러·우 전쟁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 방위비의 구조적 증가가 이어지는 이유는 첫째, 단기적으로 전쟁에 따른 무기 재고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년이 넘게 이어지는 러·우 전쟁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신규 군사 지원이 지난해부터 부재하다. 또한 이란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무기고가 바닥나 수출 물량마저 납기가 연기되고 있다.

러·우 전쟁에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기로 한 무기의 약 80% 가까이 인도됐는데, 전쟁 초반에는 보유 재고에서 약 60%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기존 재고가 아닌 신규 무기 조달 비중이 2024년에 60% 가까이 이르렀다. 따라서 유럽의 무기 수입은 재고 축적 차원에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국이 유럽, 아시아, 중동 등의 동맹국들에 방위 분담 확대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 전략을 담은 2026년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국방 관련 핵심 추진 분야 중 하나로 유럽, 중동 등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주도적 책임을 져야 하며 이를 위해 동맹국들이 보다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국가방위전략과 같은 맥락으로 나토는 2035년까지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중을 5%까지 상향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유럽 나토 국가들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은 2.3%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기 수입과 함께 유럽 내 생산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미군 없는 유럽, 1조 달러 필요



셋째, 러시아의 지속적 위협에 대한 대응과 나토 내 미국의 역할 축소에 따른 독자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부담 축소 및 나토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왔다. 현실화 여부를 떠나 유럽 내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유럽은 미국 없는 나토 및 유럽에 대한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 내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단순히 미군 주둔 비용이나 무기 대체뿐만 아니라 국방산업의 기반 자체를 확립해야 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5년 5월 보고서 ‘미국 없이 유럽 방어하기: 비용과 결과(
Defending Europe Without the United States: Costs and Consequences)’에서 미군 철수 시 유럽에 필요한 비용과 방위산업에 대한 필요 사항을 평가했다. IIS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군의 병력 철수와 기존 무기를 신규 무기와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약 2260억~3444억 달러, 병력은 12만8000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기의 수명 주기 동안 신규 무기의 통상적인 유지 비용이 구매 비용의 2배가 든다고 가정하면 요구되는 비용은 급증한다. 여기에 병력 대체 비용, 기지 인프라, 우주·사이버 전략 정보, 핵전력 대체, 각종 운용 및 유지 비용 등을 포함하면 약 1조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26년 미국의 국방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군의 대체는 유럽의 국방 예산 증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인력, 생산기지, 공급망 등 방위산업의 기반이 갖추어져야 이루어질 수 있다. IISS 보고서는 향후 10년 내 유럽 방위산업이 미국의 역량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유럽 지상 무기 부문에서는 무기 조달 및 생산 기반이 갖추어지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해군 및 항공우주 상당 부분에서는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무기체계 조달이나 미군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의 격차는 해상 및 항공우주 영역에서는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로켓포,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공중·지상 발사 정밀타격체계, 전자전, 지휘통제 시스템 등과 같은 분야를 빠르게 보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의 조달이 여전히 필요함을 강조했다.

유럽산 부품 65%…현지화가 답이다

유럽은 한국 방산 기업의 주력 수출 무대다. 2021~2025년 유럽 나토 회원국의 무기 수입국 2위가 한국이다. 미국에 대한 무기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지만 한국과 이스라엘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K-9 자주포와 K-2 전차에 이어 방공무기 수출도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 무기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지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은 전방위적으로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정책 내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DIP)과 유럽 안보실행계획(SAFE) 같은 보조금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럽 역내 공급망에 포함되는 것이 유리하다. 역내 공동 조달 강화에 따라 유럽산 부품 65%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및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은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지에 유럽법인 혹은 사무소, 조인트벤처(JV) 설립 및 생산시설 구축 등으로 현지화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규 수출 무대로 부각되는 중동

중동은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역사, 정치, 종교, 민족 등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갈등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이 높은데, 대체로 그 비중은 5~8%대로 러시아와 비슷하며 유럽 국가들 대비 2배 이상이 높다.



중동은 2026년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인해 또다시 무력 충돌의 중심에 서서 글로벌 경제, 정치,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중동내에서도 에너지 운송 경로의 중요한 병목 지점으로 지목되는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해상운송, 안보질서 측면에서 요충지로 전략적 가치가 큰 지역이다.

또한 중동지역 분쟁은 중동 내부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외부의 개입이 직간접적으로 발생해 왔다. 최근 미·이란 전쟁도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지만, 미국-중국·러시아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이 이란에 레이더 및 민간 위성 제공하고 중국 그림자 함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례나 러시아가 중동 내 미군 기지 위치를 지원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미·이란 전쟁은 실질적으로는 주변 강대국 간 전쟁인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상시 분쟁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이란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중동지역 무기 수입은 증가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최근 2021~2025년 합산 무기 수입은 직전 5년(2016~2020년) 대비 12.5% 감소했고,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라 무기 재고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쟁으로 인해 걸프만 국가의 핵심 에너지 시설 및 민간 시설 파괴로 자국 안보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특히 고고도 체계 중심에서 벗어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대량의 저가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 고고도·중고도·하층 방공체계 등 다층 방공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천궁-Ⅱ, 패트리어트의 3분의 1 가격

중동은 자체 생산능력보다는 무기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수입 국가별로는 미국 비중이 최근 5년간 54%로 가장 높으며 이탈리아 11.7%, 프랑스 10.7%, 독일이 7.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중동은 미국 무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2021~2025년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무기 수출 비중은 1.3%로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미·이란 전쟁을 통해서 다층 방공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미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재고 소진으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천궁-II의 높은 요격율이 검증되며 천궁-II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궁-II는 이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약 12조 원 이상 규모로 수출이 됐으며, 추후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지에서도 천궁-II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천궁-II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대비 3분의 1 가격으로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이란 전쟁에서도 지상전보다 해양 봉쇄, 상선 공격,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민간 시설 및 에너지 시설 타격 등 주로 해양이나 공중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미·이란 전쟁에서 지상전이 어려운 이유는 5만 명 수준의 미군으로 지상전을 치르기엔 병력 규모의 한계가 있고,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고원과 사막 지형이 복합적으로 분포해 소수 병력으로 승리하기는 어려운 지리·지형적 부담이 있다.

또한 내부 무장세력의 반란이나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양 혹은 공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무기 수입 또한 항공기와 미사일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탄약이 부족하다



미국 방산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한 시장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정밀 요격무기의 급격한 고갈, 그리고 방위산업 강화 정책, 해군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방산 시장에서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미국의 탄약 부족 문제, 정밀 유도무기의 소모에 따른 적기에 무기 공급 능력 부족이다. 미국은 첨단 하이테크 무기 개발에 집중하느라 대량의 탄약과 미사일 제조 역량은 약화됐다. 반면 한국은 대량 양산 역량과 적기 납품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러·우 전쟁에서부터 재래식 탄약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이란 전쟁에서 비대칭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고가의 패트리어트나 토마호크 등 첨단 미사일 재고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성비 높고 성능이 검증된 한국형 유도무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LIG넥스원의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은 미 해군의 연안 방어 및 드론 요격용으로 미국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하며 본토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틈새에서 한국 방산기업은 미국 시장의 진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둘째, 한·미 해군력 강화다. 미군의 무기 정비 및 보충 수요가 폭발하면서 함정 MRO 물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한국 조선사들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셋째, 미국의 무기생산국 위상 회복을 위한 동맹국 활용에 따른 수혜, 즉 '방산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수혜이다. 미국은 글로벌 경찰 역할로 무기 생산 공급 역할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 생산을 분담하는 체제로 전환 중이다. 한국의 무기체계는 미국 및 나토 시스템과 완벽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갖추고 있어, 미군이 가져다 쓰거나 동맹국에 우회 공급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다. 이에 따라 제조 역량 및 납기 능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방산 기업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확대 및 4대 방산강국으로의 진입은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기계·전자·소재·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제조 및 서비스 산업과 연계된 대형 조립 산업이라는 점, 그리고 후속 군수 지원(MRO) 수요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 및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더불어 절충교역을 통해 에너지 자원 확보 및 타 산업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방위산업의 경제적·외교안보적 효과와 더불어 현시점에서의 글로벌 방위산업 현황 및 무력 분쟁 증가 현상을 고려할 때, 지금은 K-방산에 있어 기회의 시간이다.

기조적인 글로벌 방위비 지출 확대 및 무기 거래액 증가, 지속되는 글로벌 무력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 미국, 유럽, 중동 등의 무기 재고 고갈 및 자주국방 필요성과 방위산업 생산 기반 확충 움직임 등은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4대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가성비에 신속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소모성 무기 및 요격 무기 공급이 가능한 국가로 한국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성 삼일PwC방위산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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