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도 대출 2억 제한해 버리면 집 사지 말라는 거 아닌가요?", "살 수 있는 집은 살기가 싫고 살고 싶은 집은 살 수가 없어요.", "다주택자 때려잡아 그 집을 전세 수요자들이 사면 집값이 안정될 줄 알았는데 전월세 물건이 사라지고 무주택자들의 현실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 게시판 글 중)
정부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대출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만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고가 주택은 그림의 떡이 되었고, 정책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의 가격이 급등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면적 43.84㎡(약 13평) 타입은 지난 6월 7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3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3년 내 최저가(4억5000만원, 2023년 7월 계약)보다 3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같은 단지 전용 33㎡ 타입도 5월 7억55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새로 썼는데, 올해 1월 같은 타입 매매가가 6억2000만~6억30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1억원 넘게 뛴 셈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이 단지의 시세는 상한가 7억4000만원, 하한가 6억8000만원 수준으로, 이미 실거래가가 부동산원 시세 상단을 웃돌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동작구 상도동 '건영' 전용 32㎡는 7억48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 전용 32㎡는 처음으로 6억원 선을 넘어섰다.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전용 35㎡는 8억5500만원에 거래돼 두 달 전 같은 단지 매매가(7억2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값에 팔렸고,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 39㎡와 중구 인현동2가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 전용 40㎡도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형 주택형에서도 수요가 감지되는데,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면적 112㎡ 분양권은 지난달 21억5339만원에 거래되며 노원구 사상 처음으로 20억원을 넘는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여러 지역·주택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대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주택일수록 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5억~9억원대 초소형 아파트(전용면적 40㎡ 이하)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가 중소형 주택형에 집중되면서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형 주택형이나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나비효과'가 겹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초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1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특히 강북권역과 동북권역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2030 실수요자가 몰리는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20대 서울 아파트·연립·다세대 매수자는 지난 4월 1348명으로 1월(894명)보다 50% 늘었고, 30대 매수자도 같은 기간 11% 증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안팎 아파트를 중심으로 무주택 1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초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단순히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륭·미성·삼호3차 신고가를 전적으로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단지들은 노원구 최대 재건축 추진 단지로 낮은 용적률·재건축 프리미엄이 이미 반영돼 있어 이전부터 미래 가치에 따른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되어 왔다.
올해 도입된 규제의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스트레스 금리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동시에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은행권은 여기에 더해 자체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전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축소했고, 신한은행도 모기지신용보험·모기지신용보증(MCI·MGC) 가입을 제한하는 등 5대 은행이 잇달아 대출 문턱을 높였다.
그럼에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70조8229억원에서 이달 11일 기준 773조6100억원으로 오히려 2조787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규제를 피해 다른 대출 창구로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이다. 은행 대출이 줄어드는 사이 제2금융권으로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감소폭보다 제2금융권으로 옮겨간 규모가 더 큰 셈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잇달아 줄어들면서 DSR 규제 예외 상품인 예적금 담보대출로 수요가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상품 특성상 대규모 수요 이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은행 문턱이 막히자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단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경기 화성 동탄, 용인 기흥, 구리 등을 규제지역으로 새로 지정하며 대출을 활용한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해당 조치로 인한 풍선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규제를 비껴간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는 앞서 사업자대출을 주택 구입에 우회 활용하는 '꼼수 투기'에 대해 적발 시 최대 10년간 전 금융권 대출을 금지하는 이중 제재를 도입했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에도 LTV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전면 적용해 제2·3금융권을 통한 우회 경로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지만, 현장에서는 규제망이 촘촘해질수록 그 틈새를 찾는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