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핵심광물 저가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가격하한제(최저가격제)와 공동외부관세 등을 골자로 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이 '딜레마'에 처했다는 국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핵심광물은 중국에 수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배터리 등 파생제품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 주로 수출하는 한국이 특유의 '샌드위치 구조'라는 진단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정(ATCM) 추진 동향과 주요국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ATCM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우방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동시장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인위적인 밀어내기로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에 대응해 핵심광물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우방국 광산·제련 기업의 채산성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가격하한제, 공동외부관세, 인공지능(AI) 기반 기준가격 등 강력한 시장개입적 정책 수단이 동원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여기에 포함돼도 문제, 포함되지 않아도 문제라는 점이다. 특히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5년 관세청 수입 데이터 기준, 한국은 가공 핵심광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품목별 대중(對中) 수입 비중이 리튬 75%, 흑연 67%, 희토류 5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공해 만든 파생상품은 미국 등 ATCM 참여했거나, 참여가 예상되는 우방국에 집중적으로 수출된다. 리튬 파생품의 28%, 망간 32%, 코발트 31%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미국의 ATCM 규제가 가공품과 최종 제품까지 조여올 경우, 수입선 다변화가 미흡한 한국 기업들은 심각한 원가 상승과 수출 장벽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미국의 노골적인 시장 개입 행보에 동맹국 간 셈법도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호주는 미국의 가격안정책에 우호적인 반면, EU와 캐나다 등은 인위적인 시장 가격 왜곡, 비용 분담 문제, 가격결정의 투명성 부족 등을 지적하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연구원은 한국이 단순한 안보 논리가 아닌, 대미·대EU 시장 접근 안정성과 대중 공급망 리스크 완화라는 산업경쟁력 관점에서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가격하한제 등 시장 왜곡 소지가 있는 독소 조항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수용 대신 '선택적·조건부 참여'라는 실리적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국내 폐배터리 재자원화(리사이클링) 생산분을 우방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규범 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 등을 활용해 호주·캐나다 등과 장기 오프테이크(off-take·장기 구매) 계약을 맺고, 원산지 추적 체계 고도화 및 전략 비축을 연계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