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경제학 괴짜들이 세상을 읽는 법, 신간 <최소한의 경제학>

입력 2026-07-16 10:03  

발로 뛰는 경제학 괴짜들이 세상을 읽는 법, 신간 <최소한의 경제학>

건포도 보관 창고에 탐정들이 들이닥쳤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마약도 무기도 아닌 건포도를 팔다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인들에게 공급하던 건포도 수요가 급감하면서 포도 농가가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은 농가를 보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1949년 건포도행정위원회(RAC)를 출범시켰다. RAC는 건포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출하 보류를 택했다. 포도 농가에 일부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말라고 지시했다.

캘리포니아에서 4대째 포도 농사를 짓던 로라·마빈 혼 부부는 이에 반발해 건포도를 모두 판매했고, RAC는 탐정까지 고용해 증거를 수집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진이 법정 다툼은 10년 넘게 이어지다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부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을 내렸다.



이 이야기는 미국 공영 라디오(NPR)의 대표 경제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Planet money)’에 소개된 실제 사례다. 미국 정부가 ‘범용화의 덫’에 걸린 농민들을 도우려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플래닛 머니는 이처럼 경제학을 복잡한 이론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진행자 알렉스 마야시와 프로듀서 알렉스 골드마크는 때때로 경제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통막을 파악하겠다고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통념에 도전하기 위해 정크 본드 채권을 구입하는 식이다.

신간 <돈의 행성에서 살아남는 최소한의 경제학>은 두 저자의 통찰과 '플래닛 머니'의 대표 에피소드를 엮은 경제학 입문서다. 전세계 100만 명이 넘는 청취자를 보유한 이들의 비결은 ‘스토리텔링’이다. 경제학을 어려운 숫자와 그래프로 설명하는 대신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 설명한다. 책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커리어와 가정, 저축과 투자, 여가 등 다섯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딱딱한 도표와 그래프가 아닌 사례와 100여장의 컬러 일러스트를 담아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경제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다. 우리가 무심코 장바구니에 담는 계란 한 판과 어제보다 오른 주유소 기름값에도 세계 정세와 시장의 원리가 녹아 있다. 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세상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모든 설명을 이론 대신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미국의 무료 식료품 지원소인 푸드뱅크가 공개 경매를 도입한 사례를 통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보급을 경험한 은행원의 이야기를 빌려 '노동 총량의 오류'를 짚어낸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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