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라노 이혜정(43)이 미국을 대표하는 여름 음악축제인 탱글우드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바리톤 토마스 햄슨 등과 함께 미국 현대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존 애덤스의 <닉슨 인 차이나>에 출연한다.
이혜정은 미국 현지시간 17일 오후 8시 매사추세츠주 레녹스의 탱글우드 쿠세비츠키 뮤직 셰드에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고, 플레밍과 햄슨, 바리톤 존 브랜시가 성악진으로 함께 참여한다.
공연에서는 미국 작곡가 카를로스 사이먼의 <은총에 관한 명상>과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애덤스의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 주요 장면이 연주된다.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미국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케일라 와카오가 협연한다.

<닉슨 인 차이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만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애덤스는 냉전 질서를 뒤흔든 외교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역사적 인물들의 정치적 욕망과 불안, 고독을 반복적인 리듬과 강렬한 관현악으로 그려냈다. 1987년 초연된 뒤 미국 현대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보스턴 심포니는 이번 발췌 공연에서 각 성악가가 맡을 배역과 연주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혜정은 이 작품에서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인 '마담 마오'를 주요 레퍼토리로 삼아왔다. 마담 마오 역은 극단적인 고음과 날카로운 표현을 요구하는 역이다.
이혜정은 존 애덤스의 작품과도 인연이 깊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애덤스의 <황금의 서부 소녀들> 세계 초연에 중국계 여성 '아 싱'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도 같은 작품을 공연했다. 당시 실황을 담은 음반은 2024년 그래미상 최우수 오페라 녹음과 최우수 엔지니어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이혜정은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의 올랭피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의 소피,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등의 배역을 노래한 성악가다. 극한의 고음과 정교한 기교를 요구하는 배역으로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했다. 서울대와 독일 드레스덴 음대, 미국 매네스 음대와 인디애나대를 거쳤으며 현재 국민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해 축제 프로그램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구성됐다. 탱글우드 음악축제는 지난 5일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교향곡 15번 '링컨'을 세계 초연했다. 미국 민주주의와 국가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어 미국 현대사의 또 다른 전환점인 닉슨의 중국 방문을 다룬 <닉슨 인 차이나>를 공연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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