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확장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가 16일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을 개막했다. 이번 축제는 백남준의 이름을 걸고 여는 첫 번째 축제로,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백남준의 행성’이다. 1990년대 백남준은 우주와 행성에 집중했다. 축제는 작가가 선보인 행성 시리즈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그 바탕에 깔린 동양 철학을 살펴본다. 전시와 퍼포먼스, 학술, 미디어 기술 실험, 참여 프로그램 다섯 갈래로 나누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주와 세계를 돌아본다.


전시 개막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미국 뉴욕 스토킹 아트센터에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 ‘UFO를 기다리며’가 이번 축제 주제의 영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1990년 눈에 잘 띄지 않는 센터 야외조각공원에 조각들을 놓았다. 나무와 덤불들 사이 설치한 텔레비전과 부처상, 자신의 얼굴을 본 딴 데드마스크는 무언가를 기다리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우주를 향한 작가의 상상력은 이번 축제에서 관객의 시선과 교차하며 재해석된다.
박남희 관장은 “백남준 선생님은 동시대 젊은 피와 호흡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셨다”며 “백남준을 무대 삼아 더 많은 예술가가 협업하고 흥미롭게 놀아볼 수 있는 잔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페스티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의 생전 바람대로 이번 축제에는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 작가들이 참여해 활기를 더한다. 개막 당일 전통음악과 현대적 사운드를 결합한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공연 ‘굉: Cosmic Human Symphony’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안무가 채얼 aka 전인정의 ‘HEY_NAM-JUNE_WHERE_ARE_YOU? // I_AM_HERE’을 시작으로 라이브 코딩, 레이저 퍼포먼스, 연극, 의례 등의 퍼포먼스가 20일까지 5일간 이어진다.

축제 개막일 백남준의 작품을 조명하는 두 전시도 함께 막을 올렸다. 전시 ‘달들’은 현대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반도체 공정용 필름을 사용한 이지연 작가의 ‘얼룩무지개숲 7-1’은 백남준의 ‘거북(1993)’에서 영향을 빋았다. 천장에 매달려 별처럼 빛을 내는 이 작품은 기존에 원형으로 제작하던 필름을 거북이 등껍질 모양인 육각형으로 제작했다. 전시는 백남준의 작품을 중심으로 김덕희, 우주여행자 언해피, 박고은, 박소영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이 어우러져 백남준의 행성적 사유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전시 ‘별, 괘卦’가 열리는 센터 1층은 약 5m 높이의 대형 설치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중국 타이캉 미술관에서 대여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1991)’다. 36대의 텔레비전과 네온, 알루미늄 구조물로 이루어진 우주선 형태의 몸체 꼭대기에는 19세기 만들어진 석조 불두가 자리 잡고 있다. 우주로 확장된 백남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행성 시리즈 ‘시리우스(1990)’와 ’비너스(1990)‘ 등도 함께 전시된다. ‘달들’은 10월 4일, ‘별, 괘卦’는 내년 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20일에는 백남준의 생일을 맞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백남준은 1990년 7월 20일, 독일의 현대 미술가 요셉 보이스를 위해 굿 형태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예술적 소울메이트와도 같았던 친구를 추모하기 위한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다. 36년이 흐른 지금 이를 오마주해 당시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김영숙 전승교육사가 ‘백남준생일굿’을 펼친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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