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10월 16일 일본 도쿄 교바시의 한 료칸. 일본 바둑계의 거목 혼인보 슈샤이 명인과 훗날 기성(棋聖)으로 불린 20세 우칭위안(吳淸源) 5단이 마주 앉았다. 흑돌을 쥔 우칭위안의 첫수는 ‘귀수(鬼手)’로 불리며 금기시되던 ‘3·3’이었다. ‘화점’이나 ‘소목’만 두던 당대의 고정관념을 깬 한 수였다.우칭위안의 도발은 이어졌다. 세 번째 수를 ‘화점’에, 다섯 번째 수는 바둑판 정중앙 ‘천원’에 뒀다. 이날 대국은 160수 ‘묘수’를 둔 슈샤이 명인이 승리했다. 하지만 후대 바둑인들은 그날 누가 이겼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3·3에 첫수를 두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우칭위안의 도전을 기억할 뿐이다.
가로·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선 ‘10의 170승’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론적으로 무수한 착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한 수’가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이세돌과의 두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선보인 5선 어깨 짚는 ‘흑 37수’가 대표적이다. ‘인간이라면 두지 않을 수’는 바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인공지능(AI)을 무너뜨린 이세돌의 ‘백 78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정수였다.
‘인간계 최고’ 신진서 9단이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첫 대국에서 바둑 AI 카타고에 패했다. 흑을 잡고 ‘두 점’을 깔았지만 4시간20분 혈투 끝에 돌을 거두고 말았다.
카타고는 우상귀 4선 세 칸 걸친 두 번째 수로 또 한 번 인간의 수읽기를 뛰어넘었다. 신 9단이 “한 달 동안 연습한 노력이 그 한 수로 날아갔다”고 토로할 정도로 절묘한 수였다. 신 9단의 ‘흑 102수’는 AI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응수였다. 승리 확률 급락에 중앙 백 대마를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지만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말았다.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였다.
시련에 굴하지 않는 도전의 한 수는 많은 이에게 힘이 된다. 신 9단의 도전적 행마가 2, 3국 승리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