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가 과거에도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부실·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왔다.
손수호 변호사는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국가수사본부 수사 상황을 전하며 광산경찰서 지휘부의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손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는 광산서 수사팀이 살인 범행 다음 날 이미 장윤기가 스토킹 강간 사건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사관이 관련 내용을 포함해 올린 수사 보고서를 팀장이 빼라고 지시했고 성적 목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과장이 강간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담당 수사관의 진술을 국수본이 확인했다"며 당시 광산서장이 "남양주 사건을 조심해야 된다"는 취지로 수사팀에 여러 차례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이를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보복 살해 사건 이후 경찰 조직에 문책 우려가 커진 상황과 연결했다. 그는 "관할 지역에서 스토킹범 대응을 제대로 못 해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질책과 문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강간 살인이 아닌 보통 살인으로 결론 내며 성범죄 연관성을 지우고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장윤기의 부친이 전남·광주 지역 경찰 간부라는 점도 짚었다. 손 변호사는 "성범죄 관련성을 지우는 것은 지휘부의 문책 회피용이기도 하지만, 피의자 장윤기와 그의 아버지 입장에서도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누군가의 청탁이나 부탁, 혹은 경찰들 사이에 오랜 시간 굳어진 부당한 봐주기 수사 품앗이가 작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광산경찰서가 2018년 수사했던 전직 경찰서장 자녀 사건도 언급했다. 당시 한 남성은 여자친구를 감금·상해·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8개월간 수감됐지만, 재판에서 성범죄와 상해 혐의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반대로 고소인이었던 전직 서장의 자녀는 상해와 모해위증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수사 과정의 강압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손 변호사는 "광산서 경찰들이 조사 과정에서 남성에게 100회 이상의 적나라한 욕설과 폭언을 쏟아부었고 '변호사가 와도 소용없다, 우리가 쫓아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CCTV 영상의 고의 변환 의혹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구청이 제공한 원본은 컬러 영상이었지만, 경찰이 이를 채도가 없는 흑백 영상으로 바꿔 제출했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컬러로 보면 여성이 스스로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이 명확히 보이는데, 이를 흑백으로 바꾸자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지면서 강제로 태운 것인지 혼자 탄 것인지 구분이 불가능해졌다"며 "고소인 측에 유리하도록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왜곡했을 가능성을 인권위가 매섭게 지적했던 대목"이라고 했다.
해당 수사관들에 대한 고소 사건은 최종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손 변호사는 경찰이 사건 관계인의 신분에 따라 수사권을 다르게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손 변호사는 "이번 수사 은폐 의혹은 결코 특정 지역 경찰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수사기관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검찰과 경찰은 지휘부의 조직적 개입 여부와 유착 관계를 완전히 파헤쳐 국민 앞에 상세히 밝혀야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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