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재무부와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1조8000억~2조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를 받아줘야 하는 미국 국채 시장은 표면적으로 ‘건전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일일 거래량이 1조2000억달러에 달하고 채권 입찰에선 달러당 2.3~2.5달러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물밑에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우선 대형 투자자가 주로 매입하는 장기물의 매력이 감소했다. 현재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년 만기 국채보다 0.5%포인트 높다. 2025년 초 0.2%포인트 격차가 난 데서 상승한 수치다.
국채 수익률은 장기물일수록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년 만기 국채의 가파른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 가능성 등에 따라 채권 매입을 경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국채 입찰에 참여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대형 은행·증권사) 비중이 줄어드는 점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간에 따르면 2010년 프라이머리 딜러의 국채 매입 비중은 만기별로 40~50%다. 올해 들어선 이 비율이 10~15%로 떨어졌다. 프라이머리 딜러를 포함해 해외 중앙은행, 연기금 등 국채 장기 투자자 비중은 2007년 75%에서 올해 들어 52%로 낮아졌다.
이때 필요한 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으로 불리는 RP를 통해 조달한다. 예컨대 자기 돈 10달러에 은행에서 빌린 돈 90달러를 더해 100달러어치 국채를 사는 식이다.
평소엔 작은 가격 차이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냈지만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면 문제가 커진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현물과 파생상품을 합산한 헤지펀드의 미국 국채 투자액은 지난해 9월 기준 40억4000만달러로 2023년 12월(28억9000만달러) 대비 39.8% 급증했다. 시장 충격 때 포지션 청산, 국채 투매가 이어지면 채권 가격 급락과 금리 상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월가 투자자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면서도 물가와 금리 변화에 민감한 미국 장기 국채 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정부 빚을 안정적으로 받아줄 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금리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만기가 짧은 재무부증권을 주로 발행하는 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평가받는다. 기존 빚과 신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향후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는데, 시장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장기 금리가 급등할 수 있어서다.
재정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한 Fed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WSJ는 “재정적자 확대, 취약한 시장 구조, 단기채 의존이 겹치면서 작은 충격도 큰 국채 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김동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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