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막으면 안 됩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 늦지 않게 규제시스템을 재설계(redesign)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만든 규제 잣대가 산업의 미래를 막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문제는 규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류 회장은 “구글, 애플, 메타, 엔비디아 등의 기업은 모두 ‘안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제도에서 성장했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도의 경쟁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를 모델로 제시했다. 법률이나 규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자는 취지다. 그는 당장 미국처럼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긴 쉽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신기술, 신산업, 특별구역 등으로 범위를 특정하면 얼마든지 규제 재설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뉴 K-인더스트리’ 구상도 소개했다. 인공지능(AI) 전환, 서비스 혁신, 제도 및 인프라 혁신 등을 추진해 산업 구조와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의미다. 그는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 성장이 편중되고 다른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시너지가 부족하고 국가 시스템의 뒷받침이 아쉬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정부의 뒷받침이 더해지면 한국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며 “잘 만드는 대한민국(made in Korea) 시대를 넘어 혁신을 잘하는 대한민국(innovated in Korea)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n% 성과급’에 대해선 “성과급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할 것은 동감하지만, 좋은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도미노식으로 어려움이 생긴다”며 “딱 이렇게 주기보다 상의하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임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류 회장은 “가장 좋을 때 정상에서 물러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3연임을 안하고 싶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기 내 4대그룹(삼성·SK·현대차·LG)의 한경협 회장단 복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너무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제 공약 중 하나인 만큼 꼭 모시도록 하겠다”며 “지금은 4대 그룹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회장단 복귀는) 각 그룹 회장이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언제나 회장단 자리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고향 발전을 위한 애착도 드러냈다. 류 회장은 “선친께서 고향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못 다하고 일찍 돌아가신 점을 늘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을 짓기 위한 공사를 내년말 시작해 많은 사람이 지방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풍산 탄약사업 매각과 관련해선 “지금은 팔지 않기로 했다”며 “탄압사업 이익을 활용해 골프장, 호텔 등 서비스업을 신사업으로 키워 나라를 위한 일을 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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