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무기 등 국방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방 공급망 확보와 핵심광물의 국내조달 보장’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산 물품이 국방분야 공급망 전 분야에서 사용되기 어렵게 만드는 내용이다. 한국 등 동맹국 방위산업이 수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현행법에도 관련 제한이 있지만 “예외 승인 관행, 계약업체의 편의주의, 관료주의적 타성으로 인해 해당 규정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면서 “이번 행정명령은 그런 관행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산 자재가 더 싸고 구하기 쉽다는 것은 앞으로 예외 사유가 되지 못한다.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급원을 미국 내에서 찾기 위해 적극적이고 충분한 자금을 들여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음을 업체가 입증해야 한다. 나바로 고문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후 국방 분야 공급망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트럼프 정부 내에서 크게 강화됐다. 나바로 고문은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서는 ‘안전한 공급망을 통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미국산 무기는 미국 및 동맹국,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자재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 행정명령이 “단순한 서류 작업이 아니라 전장 대비 태세 확립(battlefield preparation)”이라면서 “만약 미사일 시스템이 외국이 통제하는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면, 국방부는 교전이 시작되기 전에 그 사실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강력하고 회복탄력성이 좋은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과 가능한 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광물인 게르마늄 정련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연내 미국이 자국 수요의 3배에 달하는 역량을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핵심광물) 무기화에 직면한 일본, 유럽, 한국 등에 우리가 게르마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리핑에 참여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광물가공 분야에서 신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 등을 거론했다.
미국과의 거래에 차별적 대우를 하는 국가를 상대로 대통령이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관세법 338조(1930년 제정)를 근거로 삼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약 200억달러(약 30조원)어치 상품이 관세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캐나다가 중국을 제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한 몇 안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조치는 30일 후에 시행된다. 향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국에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대하는 기업에 알루미늄 수입 관세(50%)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내용의 포고령에도 서명했다. ‘온쇼어링(미국으로 투자 선회)’ 계획이 미 상무부에 의해 승인된 기업의 경우, 해당 생산시설의 예상 연간 생산량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해 낮은 관세율을 매년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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