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교실을 지키는 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

입력 2026-07-21 18:20   수정 2026-07-22 01:04

[한경에세이] 교실을 지키는 선생님들께 드리는 편지

서울 서이초 선생님 순직 3주기를 맞아 선생님들과 함께한 그해 여름을 다시 떠올립니다. 주말이면 검은 옷을 입고 하나둘 광장으로 모였지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 달궈진 바닥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외쳤습니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80만 명이 한목소리로 외치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한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지만, 어쩌면 아직도 교실을 지키고 있는 서로를 붙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우리, 조금만 더 버텨봐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아주고, 함께 울고, 함께 버텼습니다.

그 여름은 한 선생님을 떠나보낸 여름이었고, 동시에 무너져가던 교실을 어떻게든 지켜내려 애쓴 선생님들의 여름이었습니다. 슬픔을 넘어 다시 교실로 돌아갈 용기를 서로에게 건네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름은 제 삶도 바꿨습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저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국회에 왔습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는 교사 개인의 인내와 책임으로 떠넘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가 안전해야 학생도 안전하고, 교사가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배울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제도로 보장하고 싶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교권보호 관련 법률이 여러 차례 개정됐고,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 조치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께서 아직 현장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 앞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일, 교사가 소송에 휘말렸을 때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일, 악성 민원과 반복되는 수업 방해로부터 교실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남은 과제입니다.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 활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피해 교사가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더욱 촘촘해져야 합니다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지만, 그 여름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그날의 슬픔이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는 너무도 당연한 바람이 더 이상 절규가 되지 않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교사를 지키고 교육을 지키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아스팔트 위에서 함께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그날 선생님들과 나눈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학교. 그 너무도 당연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오늘도 교실을 지키고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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