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젠 한국 증시보고 투자 결정한다[박신영의 개장전 요것만]

입력 2026-07-29 00:59  

월가, 이젠 한국 증시보고 투자 결정한다[박신영의 개장전 요것만]

7월 28일(뉴욕 현지시간) 개장전 요것만

1. 한국 반도체주, 미국 기술주의 ‘선행지표’ 부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인공지능(AI)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증시가 미국 기술주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국 증시의 동조화가 강화되면서 분산투자 효과는 예전보다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프리마켓에서도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입니다. AI 투자 확대를 계기로 미국 기술주와 한국 반도체주의 연동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CNBC는 투자회사 레이리언트를 인용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가 최근 0.50 수준까지 상승하며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두 기업의 실적이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뉴욕증시 개장 전에는 한국 증시를 통해 미국 기술주의 흐름을 가늠하고, 반대로 미국 증시 움직임으로 다음 날 한국 증시를 예측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등 미국 AI 반도체 기업의 뉴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즉각 반영되고, 다시 미국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도 글로벌 AI 투자 수요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통상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보다 약 2주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만큼 AI 메모리 수요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상관관계가 높아진 만큼 투자 위험도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미국과 한국 주식을 함께 보유하면 지역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두 시장이 같은 변수에 동시에 반응하면서 분산투자 효과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입니다.
2. AI 투자 열기 속 커지는 엔비디아 리스크

엔비디아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잇따라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의 AI 반도체 밀반출 의혹과 관련해 엔비디아 직원이 처음으로 구금된 데 이어, 데이터센터를 직접 장기 임차하는 사업 구조를 놓고 이른바 ‘순환 금융’ 논란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AI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사업 방식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중국으로 AI 반도체를 밀반출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 직원 1명을 구금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24일 해당 직원의 자택과 엔비디아 타이베이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으며, 법원은 사문서위조와 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구금을 승인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엔비디아 법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아니라 개인의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현재까지 엔비디아가 기소되거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지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엔비디아 직원이 AI 반도체 밀수 의혹으로 구금된 첫 사례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AI 개발과 군사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 고성능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제3국을 경유하거나 수출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사업 구조를 둘러싸고 ‘순환 금융’ 또는 ‘순환 투자’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헛8(Hut 8)이 미국 텍사스에서 건설 중인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전체를 장기 임차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AI GPU가 대거 탑재될 예정이며, 완공 이후에는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 규모도 상당합니다. 15년 기준 약 196억 달러(약 28조7000억 원) 규모이며, 30년 연장 옵션까지 포함하면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AI 생태계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업 간 투자와 거래 관계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AI 반도체 기업이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고객사는 다시 해당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구조가 확산하면 리스크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확보해 다시 임대하는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순환 금융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 AI 투자 부담 커질수록 애플 부각…15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 탈환

애플이 약 15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그동안 AI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애플이 오히려 AI 투자 부담이 커지는 시장 환경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은 27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17% 오른 336.9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반면 지난해 6월부터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엔비디아는 약 5% 하락한 196.51달러로 장을 마감하면서 시가총액도 4조7560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관세 부담과 AI 전략이 경쟁사보다 늦다는 지적을 받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례로 내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시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경쟁 자체보다 AI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투자 회수 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자본지출(CapEx)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대규모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애플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보다 견조한 현금흐름과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애플을 AI 투자 경쟁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적은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도 애플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CXMT가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메모리를 대량 구매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부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4. AI 투자 열풍, 회사채 시장도 흔든다

AI 투자 확대를 위해 발행된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이 AI 관련 기업의 회사채를 잇달아 매도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규모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조달 비용까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를 의미합니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그만큼 회사채 금리는 국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 부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들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최근 몇 주 사이 크게 확대됐으며, 일반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2000억 달러를 넘어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발행한 회사채만 약 2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까지 겹치면서 채권시장 전체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특히 장기 회사채에서 투자심리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10년 만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대비 약 121bp까지 확대됐습니다. 이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지수 평균인 약 80bp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AI 투자 확대는 미국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채권 공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4.65% 안팎,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를 웃도는 수준에서 2007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5. 두 번째 FOMC 앞둔 워시 Fed 의장…리더십 시험대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취임 후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워시 의장이 추진해온 Fed 개혁과 새로운 소통 방식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깜짝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타델증권의 프랭크 플라이트 매크로전략 책임자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 의지를 시장에 분명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Fed의 매파적 전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조기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Fed의 독립성을 더욱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중동 정세는 여전히 통화정책의 변수로 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FOMC를 앞두고 다시 한번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그는 워시 의장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인물(fantastic)”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Fed 이사들에 대해서는 “매우 정치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3.75%가 유지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일부 반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다소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FOMC에서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워시 의장의 Fed 개혁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워시 의장은 지난 6월 Fed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과 인플레이션 목표 체계, 자산 보유 정책 등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해 5개의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Fed 운영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내부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누가 TF에 참여하는지만 봐도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있다”며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은 개혁이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워시 의장의 가장 큰 변화는 이른바 ‘침묵의 Fed’ 전략입니다. 그는 취임 이후 향후 금리 방향이나 경제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신호를 거의 주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Fed의 발언보다 경제지표 자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른 것입니다.
반면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월러 이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시장을 더 잘 작동하게 만든다는 경제학 이론은 본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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