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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핵 확산…AI와 결합한다면? [홍영식의 이슈 워치]

입력 2026-07-31 16:43   수정 2026-07-31 16:53

고삐 풀린 핵 확산…AI와 결합한다면? [홍영식의 이슈 워치]




핵무기 확산이 고삐가 풀렸다. 그 배경으로 미국의 국제질서 유지자 역할 약화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은 감당 가능한 능력의 한계로 동맹에도 안보 부담을 넘기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신뢰도 약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 위협과 이란 전쟁, 대만해협 긴장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감도 핵 확산을 추동하고 있다. 이란은 핵 물질을 완전하게 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영토 내 핵 농축 허용은 중동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기존 핵 강국들은 핵무기를 늘리고 있고 비핵 국가들은 안보 버팀목으로 핵을 선택하려 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연장 합의 없이 지난 2월 만료되면서 핵 군비 경쟁에 제약이 없어졌다. 러시아는 조약 1년 연장을 제안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고는 의미 있는 핵무기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핵전력이 미국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며 지금 단계에서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핵 군축에 참여하지 않고 핵을 늘려가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2025년 10월 미국도 1992년 이후 중단한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핵군축조약 ‘뉴스타트’ 만료, 핵 경쟁 불붙여


2011년 2월 발효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하도록 했다. ICBM과 SLBM, 전략폭격기는 각각 800개로 제한했다. 양국은 관련 정보를 매년 두 차례 공유하고 상대국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사찰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침공 1년 뒤엔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핵무기 확산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2025년 1월 미국 군비통제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핵탄두 수는 1만2400개다. 미국 과학자연맹이 집계한 2025년 10월 기준 미국은 5177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고 실전 배치한 것은 1670개이며 예비용은 1930개, 1477개는 해체 예정이다. 미국의 고민은 상당수 핵무기가 노후화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핵탄두 성능을 개량하고 이를 탑재할 ICBM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니트맨 III ICBM은 2050년대 초까지 신형 센티널 미사일로 대체하고 해상발사형 핵순항미사일 고도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5459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고 실전배치된 것은 1718개, 예비용은 2591개이며 1150개는 해체 예정이다. 러시아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와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개발하고 있고 극초음속 전략무기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친러 벨라루스에 일부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중국의 핵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방어 중심의 최소 억제에서 핵 전력의 질적, 양적 급격 증강으로 전략을 바꿨다. 핵탄두 250기 수준을 유지해오다 2020년부터 늘리기 시작해 2026년 현재 62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2030년 1000개, 2035년 1500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기준 중국의 ICBM 발사대 수는 775개로 미국과 러시아를 넘어섰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 중국 내륙 신장 등에 사일로(미사일 저장·발사용 지하 수직 원통형 구조물)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지상과 공중, 해상 3축 핵전력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형 중·장거리 둥펑(DF) 미사일을 교체하고 잠수함용 핵탄두 탑재 미사일도 사거리 1100~1300km의 신형 JL-3로 바꾸고 있다. 전략폭격기에도 핵 임무를 부여했다.

일본에선 ‘핵무기 보유, 제조,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핵을 증강하고 일본을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 놓은데 따라 실효성 있는 억지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비핵 3원칙과 관련된 모든 과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일본도 핵무기 관련 정책을 금기시하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핵억지력 확보 방법은 자체 핵무장, 미국 핵 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식의 미·일 핵공동 보유 등이 있다. 하지만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과 주변국 핵 도미노 우려 등으로 쉽지 않다. 다만 중국의 군사 압박과 북한 핵 위협이 더 거세지면 비핵 원칙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여차하면 6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갖춰 놓고 있다. 일본은 1988년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었다. 이에 따라 핵무기 6000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했고 우라늄 농축 권한도 갖고 있다.

프랑스 핵 증강…중국 2035년 핵탄두 1500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탈퇴 협박 등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옅어지고 러시아의 벨라루스 전술핵무기 배치에 위협을 느낀 유럽도 핵 자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트럼프가 유럽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과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유럽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탄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냉전 종식 이후 30년 만의 증가다. 프랑스는 2025년 10월 기준 핵탄두 290개를 보유하고 있다(미국과학자연맹). 마크롱은 핵탄두를 늘리려는 이유로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을 꼽았다.

마크롱은 핵무기를 탑재한 자국 공군기의 주변국 배치를 허용하는 등 유럽에서 미국을 대신해 핵우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핵우산 핵심 파트너로 거론되는 독일은 협력 의사를 밝혔다.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이 마크롱의 핵우산에 호응하고 있다. 핀란드는 의회 표결을 통해 46년간 유지해 온 핵무기 금지 정책을 폐기하고 필요시 핵무기 들여올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폴란드에선 독자 핵무장도 거론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핵무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핵무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이다. 조기경보 시스템, 지휘·통제의 AI 적용은 핵무기 사용 여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에 AI가 적용된다면 가공할 위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들은 ‘로마 선언’을 통해 핵무기 기술과 AI의 동시 발전 방치 땐 인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시리즈 ⑧회엔 핵무기와 AI의 결합, 즉 ‘AI-핵 넥서스’ 등에 대해 살펴본다.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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