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작가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자도 다 읽었는데 대통령은 안 읽었다"며 "114페이지 읽지도 않고 헌법 위법 사유가 없는지는 어떻게 아시느냐"고 적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전날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법무부·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제가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봐서 그런데, 개정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는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이 "일체 수사의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근거는 없어졌는데 하지 말라고 금지됐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검사가 직접 수사에 개입할 경우 '위법 수사'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 대통령이 법안 내용을 직접 읽지 않은 상태에서 전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작가는 지난 3일에도 이 대통령을 향해 "보완수사권 폐지와 검찰청 폐지 때문에 X를 깔게 됐다. 여기는 보실 것 같아서다"며 "제발 피해자의 편이 되어주시면 안 되는가.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혹시 피해자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러는 것이라고 얘기하신다면 꼭 이 영상을 다 봐달라"며 "지난 1년간 세미나와 토론회, 인터뷰를 그 누구보다 많이 다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며 "이 법률안이 위헌, 집행 불능, 국익 위배, 행정부 고유 권한 침해 등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헌정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때 행사하는 것"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개정안에 대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도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김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를 거쳐 성범죄 목적 범행으로 규명됐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해 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당초 중상해 사건으로 수사됐지만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증거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공소장은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됐고,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김 작가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해 "본인이 막중한 책임을 지기 싫다는 공무원의 태도"라며 "회피형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핵심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개정 형사소송법의 전반적인 취지와 핵심 내용을 당연히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수석은 "70여 년 만에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며 "앞으로 남은 과제는 개정법에 따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수사 체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질문은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검사가 어느 수준까지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검사가 어떤 수위와 수준, 내용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있고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며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해석에도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읽어보지 않았다'는 말은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며 "검경 합동수사본부 부분을 두 장관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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