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돈 쓰지 말고 여기서"…7000만명 몰린 中 '쇼핑 천국'

입력 2026-08-09 18:11   수정 2026-08-10 00:29


지난 6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 있는 ‘국제면세성’. 유리 천장 아래 줄지어 늘어선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매장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디올의 복층 플래그십스토어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이 계속 늘었다. 입생로랑 매장에서 만난 베이징 출신 중국인 관광객은 “과거엔 명품과 고가 화장품을 사러 해외로 나갔지만 이젠 하이난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쇼핑과 외식, 문화전시가 결합한 국제면세성은 연면적 12만㎡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면세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누적 방문객이 최근 7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소비 환류’ 실험 기지

면적 3만3920㎢로 제주도 면적(1850㎢)의 18.3배인 하이난성에서 중국 정부는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역 전체를 특별 관세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난 전체에서는 로봇청소기 같은 각종 전자제품과 의류, 신발부터 명품 화장품 등 6600여 개 품목의 관세가 면제된다. 평균 7.3%인 중국 일대의 관세율이 하이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품목 중 원재료에 대해서는 이를 수입해 하이난에서 부가가치가 30% 이상 증가할 경우 본토로 판매할 때 수입 관세가 면제된다. 1인당 10만위안(약 2090만원)의 연간 면세 한도가 있는데 이 역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에 대한 무비자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적자는 중국 다른 지역에선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지만 하이난에서는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하이난 출입국 인원은 160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고, 외국인은 88만3000명으로 33.2% 늘었다. 이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37만7000명으로 40.6% 증가했다.
◇내수 살리기 승부수

중국 정부의 하이난 특별관세 지역 지정은 1980년 선전의 경제특구 지정에 비견된다. 선전 일대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제공했듯 이번에는 하이난에서 각종 소비 진작책을 시험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난 곳곳에는 넓은 해변과 리조트 등 휴양지가 자리 잡아 홍콩, 마카오 등 기존 쇼핑 거점과 차별화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이난을 이른바 휴양형 소비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경제는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로 오랜 내수 둔화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경제는 올 2분기 4.3% 성장하는 데 그쳤고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1.3%에 머물렀다. 부동산 침체와 민간 수요 부진이 맞물려 내수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하기는 여의치 않다.

아직 초기지만 하이난 소비특구 실험은 일정 수준 성공했다. 제도 시행 이후 올 5월 말까지 반년 동안 하이난에 새로 생긴 기업은 13만95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품무역 수출입은 1739억8000만위안(약 36조4000억원)으로 54.6% 늘어났다. 하이난의 면세품 판매는 18.8% 증가했다.
◇산업 성장까지 견인한다지만

중국 정부는 단순히 소비·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고 해외 자본 유치까지 노리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지정된 업종에는 중국 기업 소득세율(25%)보다 낮은 1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여기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제조 공급망과 기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하이난에 외국 기업이 투자할 만한 유인이 적어서다.

금융과 유통, 미디어 등 서비스 분야의 시장 개방 수준이 싱가포르와 홍콩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미·중 갈등이 기술·데이터·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세금 혜택을 노리고 하이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있는 한 해외 연구기관 관계자는 “하이난 실험은 중국이 내수 둔화를 극복하고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며 “단순한 내수용 쇼핑특구를 넘어서려면 제도적 투명성 확보와 서비스산업 개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커우·싼야=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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