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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통상임금 소송에…서울버스, 차량 줄인다

입력 2026-08-10 18:06   수정 2026-08-11 00:46

서울의 한 시내버스업체가 통상임금 소송 판결금을 마련하기 위해 버스 50대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이달 27일부터 관련 소송 판결이 잇달아 나오며 최대 1조원대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버스업체 재정 지원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이 차량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자구책에 나서면서 심야·외곽 노선의 배차 간격이 벌어지는 등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시내버스 A사는 최근 조합에 차량 50대 감차를 신청했다. 차량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감차가 승인되면 서울시에서 대당 약 8000만원을 받아 4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는 대당 운전기사 약 2.7명이 배치된다. 50대를 줄이면 기사 약 135명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체들이 ‘비상 대응’에 나선 것은 최대 1조원대에 달하는 통상임금 소송 청구액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12월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버스 기사들은 기존에 받은 수당에 상여금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버스 기사들은 2023년 7월 소송을 내면서 2020~2022년 3년치 4776억원을 청구했다.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지난해 7월 2023~2024년 2년치 3333억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여기에 지난해분 2107억원도 별도로 청구해 전체 청구액은 1조216억원으로 불었다. 이 첫 판단이 오는 27일 나온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는 선진운수 등 10개사를 상대로 근로자 1793명이 낸 소송의 첫 판결을 내린다.

판결액을 가를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월급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 근로시간이다. 근로자 측은 월 176시간, 회사 측은 230시간을 주장한다.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176시간으로 나눌 때 시간당 약 1만7000원, 230시간이면 약 1만3000원이다. 기준 시간이 짧을수록 통상임금과 이에 연동된 각종 수당이 커진다. 2023~2024년분을 추가로 소급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조합 측은 230시간이 적용되고 추가 소급이 인정되지 않으면 서울 64개 회사의 부담이 5266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선고가 나면 그 시점부터 연 12~20%의 지연손해금이 붙고, 판결금을 제때 주지 못하면 근로자들이 회사 재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 업체들이 판결 이전부터 자구책 마련에 서두르는 이유다.

업체들은 이 정도 금액을 자체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걸린 64개사는 서울시에 소송 참여와 재정지원금 책정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며 참여하지 않았다. 업체 측은 “서울시에 10차례 넘게 소송 상황을 알리고 법무법인을 통해 두 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검토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노선을 정하고 64개 업체의 운송수입을 공동 관리한다. 운송수입이 표준운송원가에 못 미치면 서울시가 재정으로 보전한다. 인건비와 연료비 비중이 큰 만큼 통상임금 판결로 비용이 늘면 서울시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지원한 재정은 지난해 4575억원을 비롯해 최근 5년간 3조165억원에 이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문제인 데다 수천억원의 재정이 걸린 사안이라 지원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27일 1심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차가 다른 업체로 번지면 시민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차량이 줄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승객이 적은 심야 시간대와 새벽 첫차 운행이 줄어든다. 수익이 나지 않는 외곽 노선은 아예 없어질 수 있다. 한대광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감차가 업계로 확산하면 시내버스의 정상 운행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김영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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