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몬트의 CJ제일제당 생산공장. 혼합기가 돌아가자 돼지고기와 잘게 썬 채소가 빠르게 뒤섞였다. 만두피 라인에선 밀가루 반죽이 롤러 사이를 통과했다. 일정한 크기로 잘린 만두피 위에 만두소가 올라가자 기계가 피의 양쪽 끝을 오므렸다. 증기로 익히고 급속 냉동한 뒤 포장하면 미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만두가 완성된다. 4만1249㎡(약 1만2500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현지인 직원들이 원료 투입과 제품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LA 시내에서 145㎞ 가량 떨어진 이 공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600여 명. 한국에서 만든 냉동만두를 실어 나르는 대신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이 미국 땅에서 K만두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 K푸드가 완제품 형태로 컨테이너에 실려 수출됐다면 지금은 한국의 레시피와 생산기술, 품질관리 방식이 넘어왔다”고 말했다. 미국 냉동만두 시장에서 비비고 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만두는 약 159t다. 187g 만두 제품으로 치면 하루 86만개 이상의 만두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만두뿐 아니라 볶음밥과 면, 소스 등도 생산해 미국 유통채널에 공급한다. 멜리사 톰슨 프루프 CJ슈완스 제조 부사장은 “한국 음식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소비자 반응과 현지 유통업체의 요구까지 반영해 제품을 제조한다”며 “새로운 K라면은 소스의 영감은 한국에서 얻었지만 글로벌에서 통할 제품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닭고기와 고수를 넣은 만두다. 얇고 촉촉한 만두피와 큼직하게 씹히는 만두소 등 비비고의 정체성은 유지했다. 대신 속 재료 맛의 조합은 현지 입맛에 맞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어디까지 한국에서 가져가고 무엇을 현지에서 바꿀지를 결정하는 능력 자체가 K푸드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보몬트에서 생산된 비비고 만두는 통관 상 한국 수출품으로 잡히지 않는다. 한류의 경제적 영토가 상품 수출 통계보다 더 넓어진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푸드의 인기를 상시 매출로 바꾸려면 현지 공장과 냉동 유통망이 필요하다”며 “물류 부담을 낮추고 미국 유통업체의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한 CJ제일제당은 미국 8만개 판매시설에 비비고 등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K팝과 드라마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었다면 현지 공장은 그 관심을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꿨다”며 “K푸드의 인기가 공장 생산량과 현지 고용, 소매 판매점의 점유율 상승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몬트=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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