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세계은행의 ‘국가 소득 분류’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고소득 국가로 도약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내놓은 ‘세계 개발 보고서: 중진국 함정’에서도 “앞으로 20~30년간 108개 중진국이 고소득 국가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 끊어놓은 전통적인 국제 분업 구조에 있다. 중국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노동 집약 산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했다. 관련 설비 투자도 섬유업이 전년 대비 4.3%, 의류업이 5.2% 늘어나는 등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후발국 제조업은 중국의 생산력과 저가 제품에 치이는 상황에 놓였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이들 ‘중소득 산업화 진행국’에서 제조업은 고용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부가가치는 10.5%밖에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한아세안정책협력센터 센터장은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선진국의 정책 전환까지 겹치며 기술을 넘겨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성장 사다리가 다 끊겼다”며 “한국은 중진국에 제조 기술과 서비스를 수출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그 대신 산업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강화하는 성장 모델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명현/손주형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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