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당시 골프에 입문했던 20·30대가 필드를 떠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골프장 그린피가 내려가고 있다. 한때 주말 그린피가 50만원을 넘으며 국내 최고가 골프장으로 유명해진 강원 홍천 카스카디아CC까지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외 골프여행이 정상화된 데다 고물가에 젊은 골퍼의 신규 유입까지 줄면서 코로나19 당시 ‘부르는 게 값’이었던 골프장 시장의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카스카디아CC는 최근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그린피 할인 폭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골프 예약 플랫폼에는 카스카디아CC 그린피를 최대 40% 할인해 평일 기준 20만원대로 내려오기도 했다.
카스카디아는 2023년 개장 당시 국내 골프장 그린피의 급등을 상징했던 곳이다. 당시 책정된 그린피는 주중 39만원, 주말 51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종전 최고가였던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의 주중 35만원·주말 45만원마저 넘어섰다.

높은 그린피에도 당시에는 골프장들이 가격을 낮출 이유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으로 수요가 몰렸고 예약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골프장들은 잇따라 그린피를 올렸고 주말 20만~30만원대 요금도 빠르게 확산했다.
최근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대중골프장의 평균 주중 그린피는 14만6000원으로 전년 15만9000원보다 8.2% 떨어졌다. 주말 평균 그린피도 18만8000원으로 1년 새 8.7% 하락했다. 비수도권 골프장 역시 평균 이용료가 1~2% 낮아졌다.
골프장을 찾는 사람도 줄고 있다. 지난해 전국 대중형 골프장의 18홀 기준 평균 내장객은 8만5642명으로 전년 8만9376명보다 4.2% 감소했다. 대중형 골프장 내장객은 2022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골프장들은 정가를 그대로 두더라도 실제 판매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간대별 할인이나 온라인 회원 할인, 조조·막팀 특가 등을 확대하는 식이다. 성수기에도 빈 티타임이 발생하면서 예약 플랫폼을 통한 특가 판매도 늘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폭염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하 압박이 커졌다. 한낮 라운드를 꺼리는 골퍼가 늘자 오전 늦은 시간부터 오후 티타임을 중심으로 할인 폭을 키우는 골프장이 잇따르고 있다. 카트비 포함 패키지나 식사 제공 등 사실상 가격을 낮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스카디아의 할인 판매를 골프장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2023년 개장과 동시에 주말 51만원이라는 국내 최고가 그린피를 내걸었던 골프장조차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해졌기 때문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처럼 골프장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도 예약이 꽉 차던 시장은 끝났다”며 “소비자들이 가격과 코스 품질을 비교해 골프장을 선택하면서 앞으로도 실질적인 그린피 인하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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