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2~3%대 조달금리가 일상이던 시절에는 건물 운영에 다소 비효율이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조금 낮게 받아도, 관리비가 새어 나가도, 몇 달의 공실이 발생해도 지가와 자산가격 상승이 상당 부분을 덮어줬기 때문입니다. 건물주의 성패는 좋은 가격에 매입하는 순간 결정되고 이후의 운영은 부차적인 문제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소형 수익형 부동산의 자본환원율(Cap Rate)은 대체로 연 4% 안팎에서 형성되는 반면 대출금리는 이를 웃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린 돈의 비용이 건물의 수익률보다 높은 역레버리지가 일상적인 투자환경이 된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임대료가 얼마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모든 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가 남느냐 하는 것입니다.
수치에서도 변화는 분명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2분기 조사에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3%, 투자수익률은 1.10%에 그쳤고 소규모 상가는 0.86%로 더 낮았습니다. 반면 오피스는 공실률 9.0%, 투자수익률 2.15%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18분기 연속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전국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평균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격차입니다. 전국적인 약세에도 명동과 뚝섬처럼 임대료가 상승하는 상권은 존재합니다. 시장 전체가 동시에 오르고 내리는 시대가 아니라 입지와 상품성, 운영 경쟁력에 따라 자산의 성적표가 갈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거래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상반기 국내 오피스 거래금액은 7조원대를 회복했지만 2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거래 평당가는 직전 분기보다 11.1% 낮아졌습니다. 가격이 일제히 떨어졌다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핵심 자산의 거래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도심 대형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8.5% 올라 주요 권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돈이 시장 전체에 고르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산과 그렇지 못한 자산을 구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건물주가 가장 놓치기 쉬운 위험은 공실이나 임대료 하락처럼 눈에 잘 보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임대료가 그대로인데 순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연간 임대료 수입이 3억원인 빌딩의 임대료가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익성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인건비와 전기료, 보험료, 승강기·소방·냉난방 설비 유지비가 오르고 건물이 노후화하면서 수선비까지 증가하면 건물주에게 남는 순영업소득(NOI)은 계속 줄어듭니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한 설비 교체나 한두 달의 공실이 겹치면 수익성은 더 빠르게 떨어집니다. 겉으로는 임대료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자산의 수익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중소형빌딩 소유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수익성의 조용한 침식’입니다. 임대료가 5% 떨어지면 누구나 문제를 인식하지만 관리비와 유지보수비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쉽게 지나치곤 합니다. 그러나 자산가치는 매출이 아니라 순영업소득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순영업소득이 감소하면 자본환원율이 같더라도 건물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연간 순영업소득이 3000만원 줄고 자본환원율이 4%라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이론적으로 자산가치는 약 7억5000만원 낮아질 수 있습니다. 비용 몇천만원의 증가가 단순한 연간 손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자산가치 수억원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비용 통제는 단순히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가치를 방어하는 투자행위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부동산 자산관리는 임대료 수금과 시설 점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임대료가 시장 수준에 맞는지, 계약 만료가 특정 시기에 집중돼 있지는 않은지, 특정 임차인이나 업종에 수익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관리비·에너지비·유지보수비의 추이를 매월 비교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원인을 찾아 구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설비 역시 고장 난 뒤 교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적 유지관리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지출과 영업 중단을 막아야 합니다. 공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의 임대수익이 유지되고 있어도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건물의 실질 수익성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건축물의 41%가 준공 30년을 넘겼고 상업용 건축물 역시 약 31%가 노후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건물의 노후화는 일부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됩니다. 좋은 입지의 자산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임대수익을 유지하면서 운영비 상승을 억제하고, 노후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어야 자산가치도 지킬 수 있습니다.
지난 20년이 부동산을 잘 사는 사람이 돈을 벌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부동산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가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제 건물주는 임대료가 들어오는지를 볼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얼마가 남는지를 봐야 합니다. 노후 빌딩의 진짜 위험은 임대료 하락이 아닙니다. 임대료가 그대로인 사이 순영업소득과 자산가치가 조용히 무너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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