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꺼내든 지명직 최고위원 인사를 두고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축제형 선출방식'으로 선출하겠다고 내세웠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친청계의 반발에도 예정대로 인선을 추진하는 한편, 다음 전당대회부터 청년·여성 대표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김 대표는 21일 오전 강원 강릉시청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해 "전당대회 때 선출직 5인 가운데 청년이 여성과 같이 선출되는 방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내부 사정으로 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지명직 몫을 활용해서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정황상 안 돼 불가피하게 두 분을 지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명한 인사는 재선 전용기 의원과 권미경 세브란스노조위원장이다. 전 의원은 청년 몫으로, 권 위원장은 강원 지역과 노동계를 고려한 인선이다.
김 대표는 "다음 전당대회부터는 청년과 여성이 아예 반영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하고 제도 개선 방안까지 내놓은 배경에는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의 공개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약속했던 청년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지키지 않은 데다 인선 과정에서 최고위원들과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전날 김 대표는 취임 후 첫 의원총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명 배경에 대해 "한정애 신임 사무총장에게 기술적으로 선출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곧 청년위원장을 뽑는데 청년 최고위원을 뽑는다면 유권자가 똑같은 구성이 된다는 모순점이 생긴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도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선 과정을 문제 삼았다. 그는 "최고위원회 사전 협의가 전혀 없어 당황했다. 최소한의 절차를 지켜달라"며 "지명직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 사안이고 최소한 협의는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김 대표가 전당대회 때 청년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하겠다는 것, 선출 방식은 경선으로 하겠다는 것을 약속하지 않았나.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당헌 위반을 꺼내들었다. 민주당 당헌 26조 3항에 따르면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지명하여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 인준으로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해야 하다는 것이다. 그는 "당헌이 정한 절차에 위반한 지명 발표"라며 "최고위, 당무위에서 '전략 지역'을 결정하고 전략 지역 최고위원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민주당답게 당헌절차를 준수하여 임명해 달라"고 했다.
한민수 최고위원도 "공약 파기와 일방통행 발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원총회에서의 일방적 통보로 당 대표가 최고위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충돌이 새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은 단순한 인선 갈등을 넘어 새 지도부 내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도 읽힌다.
김 대표가 친청계 최고위원들의 집단 반발을 조기에 수습하고 당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친청계의 견제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친청계가 지도부 내 독자적인 견제 세력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 파열음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게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김 대표가 이 국면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향후 친청계의 당내 존재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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