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됐다. 제목만 보면 남부럽지 않은 중년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소득이 끊기며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힌 50대 남성의 분투기다. 서울에 집 한 채 있고 대기업에 다니는, 겉보기엔 안정된 1970년대생의 속사정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7~56세인 70년대생은 자산과 소득이 정점에 이르렀지만 동시에 부모와 자녀 부양, 자신의 은퇴 준비까지 한꺼번에 떠안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이기도 하다.

21일 국가데이터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6억6205만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평균 부채 1억1044만원을 뺀 순자산도 5억5161만원으로 1위였다. 문제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전체 자산의 약 75%가 묶여 있다는 점이다. 50대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1억6507만원, 실물자산은 4억9698만원이었다.
버는 돈은 많지만 지출도 커 실제로 가용 가능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5 우리금융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70년대생 대부분과 연령대가 겹치는 중년층(40~54세)의 월평균 가구 총수입은 609만원이었다. 20대 309만원, 30대 504만원, 55~69세 532만원보다 많았다. 월평균 총지출(저축·투자액 포함)도 538만원으로 역시 가장 컸다. 이를 모두 빼고 난 월평균 잉여자금은 72만원에 불과했다. 55~69세 시니어층(71만원)과 차이가 없었다.
버는 게 많아도 쓸 돈이 넉넉하지 않은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책임지는 ‘이중 부양’ 부담이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970~74년생의 25%가 부모와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 부양에 쓰는 돈은 월평균 155만원에 달했다. 76%는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고, 지출액은 월평균 107만원이었다.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한다는 응답은 42%로, 월평균 62만원을 부양비로 지출했다.
특히 자녀에게 대학 졸업 이후에도 경제적 지원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작성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은 30∼34세가 약 50%, 25∼29세가 80%에 달했다. 청년층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비혼 또는 만혼 등으로 결혼 문화가 바뀌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70년대생은 정작 자신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과미래 조사에서 1970~74년생 가운데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50%에 그쳤다. 1960년대생은 62%였다.
70년대생을 벼랑 끝으로 모는 또 다른 요인은 일자리 퇴직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소득 공백’이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령 연령은 1953년생부터 상향됐다. 1953~56년생은 61세, 1957~60년생은 62세, 1961~64년생은 63세, 1965~68년생은 64세인 데 비해 70년대생이 속하는 1969년생 이상은 65세다. 그만큼 윗세대보다 소득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달 5일 발표한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취업 경험자 가운데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의 퇴직 당시 평균 나이는 53.0세였다. 현재 기준 1973년생에 해당한다.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 정상 노령연금을 받기까지 약 12년의 간격이 생기는 것이다. 돌봄과미래 조사에 따르면 1970~74년생 가운데 은퇴 후 소득 공백이 걱정된다는 비율은 91%에 달했다. 한 은행 PB센터장은 “부모 간병과 자녀 지원을 동시에 하는 70년대생은 소득 공백의 고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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