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비거주 1주택 규제 후폭풍이 큰 것은 수십 년간 통용된 주거 선택권을 ‘투기 행위’로 규정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등학교·대학교 진학은 예외로 두면서도 초·중학교 진학을 위한 비거주는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는 등 정책의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주택자의 생애주기별 주거 이동 자유라는 기본권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거 상향 이동을 위한 자본 보존 성격도 있었다. 집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은 더 나은 주거지로 가기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기능한다. 장기간 1주택 보유로 발생한 매매 차익의 상당액은 불로소득이라기보다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명목이익으로 인식됐다. 이전오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세법이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한 이유는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도한 양도세 부담은 주거 상향 이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77년 주택청약제도 도입 이후 ‘무주택자의 1주택 마련 지원과 1주택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는 50년간 유지·확장됐다. 무주택 가구주에게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1주택 진입을 돕는 장치도 구축했다.
비과세 요건 또한 점차 정교해졌다. ‘3년 이상 보유’ 요건이 도입됐고 1999년에는 고가 주택 기준(5억원)이 신설됐다. 이후 기준은 6억원, 9억원, 12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장기 보유 시 세 부담은 크지 않았다. 최대 80%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추는 구조였다.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본격화한 것은 문재인 정부부터다. 조정대상지역 2년 거주 요건을 도입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 요건(최대 40%)을 추가했다.
이번 대책의 취지는 주택을 거주가 아니라 자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요를 억제하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방 거주자가 집값 상승기 때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사두는 게 다시금 가격을 띄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거주 의사가 없는 보유자에게까지 동일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끔 유도해 무주택자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정책적 의도도 담겼다.
상당수 1주택자가 반발하는 것이 단순한 세 부담 증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개인의 생애 설계가 획일적 기준으로 재단됐다는 박탈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비거주 유주택 가구 상당수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 직장, 교육 등 생활권 불일치에서 비롯된 ‘주거 이동의 미스매치’ 성격이 강하다. 수도권에 가족을 두고 지방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실거주용 주택을 미리 마련한 신혼부부, 재건축 이주 가구, 학군을 따라 이동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들은 비거주 사유를 당국에 소명해야 하거나 인정 여부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비거주 1주택 규제는 실거주 1주택자는 물론 무주택자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누구나 생애 과정에서 비거주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 사다리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률적으로 실거주를 요구하면 자산가가 아닌 근로소득자가 인기 주거지에 진입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여부가 실수요를 판단할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투기와 실수요를 가르는 절대적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천경욱 세무법인 송우 대표세무사는 “비거주라는 이유만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1주택자를 보호하던 기존 조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구은서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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