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을 계기로 대법관 인선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최종 후보를 놓고 비공식 조율을 해온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다.
쟁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선하느냐에만 그치지 않는다. 특정 권력자의 의중이 대법관 인선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둘 수 있느냐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인선은 후보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사람 가운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추천위원회 이후 대통령실과 사법부가 최종 제청 후보를 놓고 물밑 조율을 해온 것이 관행으로 여겨졌다. 이번에는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고 이 과정에서 '밀실 합의' 관행도 함께 드러났다.
현행 대법관 인선 방식의 뼈대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마련됐다. 당시에는 독재정권이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87년 개헌으로 국회 동의권이 추가됐지만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이 집중된 구조는 유지됐다.
제도 보완 시도는 있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법개혁 요구와 서열 중심 인선 관행이 충돌하면서 이른바 '4차 사법파동'이 벌어졌다. 이듬해 김영란 당시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헌정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어졌고,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현재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법제화됐다.
그럼에도 최종 제청 과정은 여전히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 비공식 조율에 의존해왔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뜻이 맞으면 물밑 조율로 인선이 이뤄지고, 엇갈리면 지금처럼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의 충돌로 번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대법관 증원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법관 수는 현재 14명에서 2030년까지 26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대법원 구성이 크게 바뀌는 만큼 인선 절차를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실질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는 추천위가 제청 인원 3배수 이상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를 ‘존중’하도록 돼 있다. 이를 1~2배수 후보 추천으로 좁히고 대법원장이 추천위 결정에 더 강하게 기속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추천위의 권한을 키우려면 추천위 구성도 함께 손봐야 한다. 현재 추천위는 10명 중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도 포함된다. 위원장 역시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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