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AI가 충돌하는 시대, 철학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

입력 2026-08-23 16:13   수정 2026-08-23 21:12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202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를 타려면 대기 명단에 등록하거나 초대 링크를 받아야 했다. 빈 운전석의 운전대가 스스로 매끄럽게 돌아가며 비보호 좌회전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기술 패러다임의 격변을 실감했다.

지금 웨이모는 누구나 앱으로 호출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됐다. 다운타운에서 샌타모니카에 이르는 혼잡한 도심 도로를 누비며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법적·윤리적 충돌도 본격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하는 법안 ‘AB 1777’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무인 자율주행차가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통행을 방해해도 운전석에 사람이 없어 경찰이 범칙금을 발부하기 어려웠다.

AB 1777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속 경찰관이 자율주행 운행 주체나 제조사에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고 비상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의 판단을 인간의 사회적 규율이 통제하기 시작한 셈이다.

AI와 인간의 충돌은 도로 위를 넘어 노동시장과 교육 현장 등 일상 깊숙이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전공별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7~8%에 달해 철학 전공자(5.1%)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수십 년간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이 AI 코드 생성 도구의 등장과 빅테크 채용 구조 변화로 조정을 겪었지만, 질문을 던지고 맥락을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고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동시에 AI와 AI가 맞서는 풍경도 펼쳐진다. 미국 채용 플랫폼 레주메지니어스에 따르면 구직자의 78%가 AI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반면, 링크드인 조사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90% 이상이 AI 서류 심사 시스템으로 이를 걸러낸다고 답했다. 대학 강의실에서도 학생은 AI로 과제를 작성하고 교수는 AI 탐지 프로그램으로 이를 가려내는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생성하는 AI와 감시하는 AI가 창과 방패의 싸움을 하는 셈이다.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제도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초래할 윤리적·사회적 충돌을 미리 내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

한국의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입사지원서의 AI 활용도를 정밀 분석해 인사담당자의 객관적인 평가를 돕는 AI 표절 검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AI 음성 복제 기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자 국내 통신사와 금융권이 실시간 음성 패턴을 분석해 사기 전화를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AI가 만든 부작용을 통제하고 검증하는 ‘AI 윤리 솔루션’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이유다.

한국은 AI 시대로의 전환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제조 역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의 부작용을 검증하고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과 검증 역량을 갖출 때, 한국은 AI 시대를 주도하는 진정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혜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과장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