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최근 주요 고객사에 인공지능(AI) 칩 가격을 15% 이상 인상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세계 1위 AI 칩 개발사인 엔비디아가 제품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AI 칩 가격을 내년 초 출하분부터 최소 15%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했으며,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루빈과 그레이스블랙웰이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메모리값 급등이 있다. AI 칩에는 대용량 고성능 메모리가 들어가는데, 최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과 퀄컴은 각각 지난 6월과 7월 같은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막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부담이 커져 관련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 HBM·램 물량 조기 매진…AI센터 건설 제동땐 '급랭' 우려'
애플과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 등이 제품값을 올린 만큼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가격 인상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경우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HBM과 D램 공급난이 심화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53~58% 올랐다. 3분기에도 13~18%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애플과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고 업계 인사들은 설명한다. 엔비디아는 매출에서 제품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이 75%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다. 이런 엔비디아마저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것은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메모리 공급량이 AI 칩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AI 서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메모리 관련 비용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생태계의 비용 부담이 본격화하면 메모리 업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업체 디인포메이션은 AI 칩 가격이 오르면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은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지만, 다시 AI 투자 비용 확대로 이어져 AI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이미 프로젝트 지연과 인력 부족, 빠듯한 자본시장, 지역사회 반발 등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가격 인상이 복잡성을 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종환/이혜인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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