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단속 과정에서 경찰이 거부권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혈액 채취를 했다면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경찰이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A씨는 2022년 2월 대전 유성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29%)로 약 250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당초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A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이 열렸다.
2023년 2월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은 단속 당시 30~40분간 10여차례에 걸쳐 호흡측정기를 통해 A씨의 혈줄알코올농도 수치를 확보하려 했는데, 호기량 부족 등 이유로 결과값이 계속 나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이 혈액 측정 방식을 제안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강제처분의 일종인 혈액 측정 결과를 유죄 증거로 사용하려면 피고인의 동의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경찰은) 피고인이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거나 언제든 혈액 채취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도로교통법에선 호흡 측정에 불복하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측정 등으로 재측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A씨는 호흡 측정에 협조적이었다는 판단이다.
반면 2024년 9월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경찰로부터 채혈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안내를 받자 ‘그러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채혈동의 및 확인서에 자필 서명을 했다”며 경찰이 채혈을 강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호흡 측정값은 아예 나오지 않았고 과연 피고인이 성실하게 호흡 측정에 응했던 것인지도 석연치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2심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대법원은 “원심이 약식명령의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택해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심 판결과 같은 취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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