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집 팔았는데, 어쩌라고"…서울 집주인들 '대혼란' [시장톡]

입력 2026-08-27 06:30   수정 2026-08-27 06:56


"세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랴부랴 집을 팔았는데 다시 바뀌는 건가요."(최근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매도한 40대 회사원 강씨)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 매물이 쏟아지고 전·월세 매물은 줄어드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을 두고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보완책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세제개편안 발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일부 방안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세 …강남권 두드러져
27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 개편안이 나온 지난 3일보다 11%(6704건) 늘었습니다. 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과 한강 벨트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해당 기간 마포구 매물은 15% 늘었습니다. 송파구 매물은 14.8%, 강남구와 서초구 매물은 각각 14.4% 증가했습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쌓인 매물만 2만5412건에 달했습니다. 반면 일부 서울 외곽 지역은 오히려 매물이 줄어들었습니다. 중랑구는 1.7%, 도봉구도 1.2% 매물이 줄었습니다. 금천구와 관악구는 각각 1.5%, 3.4% 매물이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문제는 임대차 시장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7671건으로 1.6% 쪼그라들었습니다. 동대문구가 14.6%로 급감했습니다. 이거 광진구가 9.5% 감소했고 송파구, 중구, 서대문구 등은 6% 안팎으로 임대차 물건이 증발했습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실거주자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비거주 주택을 보유할 유인이 줄어들자 매매시장에는 매물이 늘고 임대차시장에서는 물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세 부담을 늘린다는 소식에 집을 정리한 사례가 상당하다”며 “이뿐만 아니라 실거주를 우선시하는 정책 내용이 발표되자 집주인이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세입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거주 1주택 9억원→12억원?…다시 계산대 오른 세제
정부가 이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택을 투자 대상이 아닌 실제 거주 공간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발표 이후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 수요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살거나 직장 문제로 자신의 집을 임대한 1주택자 등 다양한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취학과 직장 변경·전근,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를 모두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결국 당정이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조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정부안인 9억원을 현행 12억원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 1주택자와 동일한 14억원까지 높이는 것입니다. 다만 정부가 강조해온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려면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12억원으로 차등을 두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비거주를 인정하는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비거주하는 것이 합리적인 부분에는 과감하게 거주로 전환해서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고 한다"며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보다 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방안도 다시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현행 1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상황입니다.

세제가 완화되면 시장의 셈법도 다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가 12억원 수준으로 올라가면 세 부담을 피해 자기 집으로 들어가려던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 압력이 낮아져 전·월세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부동산 수석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기존보다 완화되면 집주인도 굳이 실거주할 이유가 없고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물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는 위험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선 충분한 입주물량, 즉 공급이 필요하다"며 "공급이 없는 여러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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