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16억인데 앞집은 8.5억?…전세 미스터리 알고 보니 [시장톡]

입력 2026-08-27 13:30   수정 2026-08-27 18:15


같은 아파트 단지에 같은 면적대인데 전셋값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기한 도래를 앞두고, '1년 단기' 임대차 매물이 나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매머드급 대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용면적 84㎡가 지난 24일 16억원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1억~13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에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이 면적대로 계약된 전세가 중 최고가입니다.

그런데 그 계약으로부터 불과 이틀 전인 22일에는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습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대라도 동과 층, 향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나기 마련이지만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처럼 전세 계약이 두 배에 가깝게 크게 벌어진 데에는 '계약 기간'이라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8억5000만원에 거래된 신규 계약을 살펴보면 계약 기간이 내년 1월부터 11월까지로 1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또 다른 계약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단지의 전셋값들은 같은 면적대가 비슷한 시기에 계약이 됐더라도 가격이 들쑥날쑥합니다. 계약갱신권을 쓰거나 계약 기간이 단기인 매물은 가격이 싸고,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4년 거주할 수 있는 매물은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것입니다.

이처럼 '장기 거주가 가능한 집'과 '내년 11월까지만 살 수 있는 집'의 전셋값이 크게 갈린 배경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적용된 실거주 의무가 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단지입니다. 이 단지에는 일반분양으로 공급한 4786가구에 '2년의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습니다. 원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최초 입주 가능일에 맞춰 의무 거주 기간을 채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이 단지 입주를 앞두고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초 입주 가능일부터 곧바로 실거주를 시작해야 하는 대신, 최대 3년 안에 입주해 거주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실거주를 시작하는 시점을 최대 3년 늦출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자는 최대 3년 동안 집을 전세로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 잔금을 치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유예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7년 11월부터는 실제로 입주해 2년의 거주의무를 채워야 합니다.

이는 올림픽파크포레온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024년 입주를 시작한 거주의무 대상 아파트들의 '3년 카운트다운'이 내년부터 차례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593가구)는 내년 2월께, 경기 하남시 '더샵 하남에디피스'(930가구)는 내년 3월께 유예 기간이 종료됩니다. 2024년 10월 입주한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도 내년 10월부터는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이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벌써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통상 세입자들은 이사 시점 3~4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요즘에는 이사까지 6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임대차 물건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거주의무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좋은 물건이 나오면 미리 잡아두자'며 서둘러 움직이는 겁니다.

인근 공인 중개업계에서도 임대차 물건 찾기가 한창입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를 소유한 한 집주인은 "아직 전세 만기까지 기간이 좀 남았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며 "대출 없이 전세금을 모두 현금으로 치를 수 있는 손님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까지 설명해주는데 요즘은 집을 구하려는 손님들이 물건이 나오기만 기다리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서울 임대차 시장 수급이 균형을 잃어가는 상태에서 내년에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이 도래하는 단지까지 속출하면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일 도래까지 2배에 가까운 '전세 이중가격'이 형성되다가, 도래 이후에는 전·월세 물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7년 임대를 제외한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1만6452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적정치 대비 3분의 1 수준입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물량에 기존에 임대차로 나왔던 물건까지 줄어들 경우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기존 임대차 물량이 줄어들면 결국 수급 불균형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한 지역에서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들이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그곳의 수요까지 늘면서 다시 가격이 오르는 '연쇄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거주의무 유예 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끝나는 단지들이 몰려 있는 지역은 이런 움직임이 주변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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