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증권가의 낙관론과 투자자가 체감하는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규모 주주환원과 메모리 업황 개선,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근거로 잇달아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각종 호재에도 급락한 뒤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쳐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주가 하락은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7만원을 유지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역대급 주주환원에도 불구하고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현재 주가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7배, 4.3배로 인공지능(AI) 사이클 이전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주주환원이 주가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올해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공시했다. 3분기에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잔여분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올해 최대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8.3%, 우선주 11.0%에 달한다.
실적 전망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20조원, 126조원으로 예상하고,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559조원"이라며 "오는 2028년까지 D램 수급이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HBM 가격 인상을 중심으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3분기 15%, 4분기 5%, 내년 2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묶이면서 실적 변동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중국발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7~22일 중국 현지 반도체 7개사를 답사한 결과 중국 AI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요 주체가 정부 보조금에서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와 AI 모델 업체의 실수요로 이동했고 CSP의 설비투자 계획도 잇달아 상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의 HBM 자립 속도는 예상보다 더뎌 삼성전자의 HBM 기술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현지 업체들이 예상하는 4세대 HBM인 HBM3급 자급 시점은 약 2년 뒤로, 급증하는 수요를 자급 물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CXMT의 HBM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HBM은 일반 D램보다 생산능력(CAPA) 잠식률이 약 4배에 달해 중국발 D램 초과 공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가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90조~110조원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24일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하면서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친 환원 방식, 특히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의 부재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전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5% 오른 2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개인 투자자는 투자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실적이나 기술 경쟁력과 관계없이 최근 반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며 "증권사들은 계속 매수 의견을 내고 있는데 실제 주가 흐름은 반대로 움직이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좋은 실적과 기술력을 강조하는 분석과 발표가 쏟아져도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 자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은 분위기"라며 "증권사 전망과 투자자가 느끼는 시장 분위기 사이의 괴리가 크고, 물타기할 돈도 바닥난 상태"라고 토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