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주사 공화국'…비만약이 바꾼 일상

입력 2026-08-27 14:24   수정 2026-08-27 15:57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집에서 놓는 '자가 주사'가 미국에서 대중화하고 있다. 과거 자가 주사는 당뇨 환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비만치료제 등이 확산하며 직접 약을 주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주사 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이저 가족재단(KFF)에 따르면 성인 약 다섯 명 중 한 명은 '오젬픽'과 같은 주사용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주사 과정을 포함하는 체외수정(IVF) 시술 횟수는 2018년 이후 약 40% 늘었다. 피부 탄력을 높이는 펩타이드 등 주사용 보충제도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료기기업체 벡톤디킨슨(BD) 연구진이 2022년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 이상이 어느 정도 주사 공포증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체중 감량이나 만성질환 관리에서 주사제의 효과가 뚜렷해지면서 공포보다 효능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평가다.

자가 주사가 퍼진 데는 사용 편의성이 높아진 기기도 한몫하고 있다. 바늘이 내부에 숨어 있는 자동 주사 펜이 나오면서 사용자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자가 주사 요령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넘쳐나고 있다. 어떤 각도로 찔러야 덜 아픈지, 기포가 안 생기게 놓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사람도 늘어났다. 제니퍼 라이크 콜로라도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하는 의료 개입을 신뢰하는 일종의 'DIY 문화'의 시대로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다 버려진 주사바늘에 찔리는 환경미화원이 늘어났다. 뉴욕시 위생국에 따르면 이 같은 사고는 지난해 46건 발생해 2019년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백화점·아울렛 등에서도 GLP-1 주사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이 붙고 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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