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차량에 막힌 점자블록…시각장애인 ‘보행 안전’ 곳곳 구멍

입력 2026-08-27 14:06   수정 2026-08-27 14:31

오토바이·차량에 막힌 점자블록…시각장애인 ‘보행 안전’ 곳곳 구멍


지난 25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 일대. 한 인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선형 점자블록 위로 오토바이가 길게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주차콘과 승용차와 경찰 차량까지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동하려면 블록 밖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비장애인이 걸어 다니기에도 비좁았다. 점자블록 위에 차량이나 물건 등을 두어 장애인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금지돼 있어 모두 과태료 50만원 부과 대상이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도심 곳곳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관리 부실과 불법 점유, 잘못된 설치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2만7761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24만5361명으로 지체장애(111만3722명), 청각장애(44만926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고령층 비중이 높아 보행환경 정비 필요성이 더욱 크다. 60% 이상이 70세 이상 고령자다. 점자블록뿐 아니라 음향신호기와 대중교통 안내시설 등을 함께 이용해야 하지만 고령 시각장애인이 별도의 도움 없이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적지 않았다.


같은 날 종로3가역과 낙원상가 주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눈에 띄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3가역 일대 낙원상가 인근 일부 횡단보도 앞에는 보행을 멈추라는 점형블록이나 진행 방향을 안내하는 선형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중간에 끊겨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점자블록이 깨지거나 마모돼 표면의 돌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규격이나 색상 문제도 안전한 보행을 가로막는 방해 요인으로 꼽힌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점자블록은 가로·세로 0.3m 크기를 표준으로 하며 색상은 원칙적으로 황색을 사용하되 주변 바닥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색을 사용할 수 있다. 전맹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잔존 시력이 있는 저시력 장애인이 색 대비를 통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일부 지하 통로에서는 회색 바닥 위에 회색 계열의 점자블록이 설치돼 주변과 색상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 내 가챠삽에서 나오는 강한 조명이 바닥에 비치면서 점자블록과 주변 바닥의 경계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더욱 어려운 곳도 있었다.

이동 동선 자체가 불합리하게 설치된 사례도 있었다. 일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는 블록이 끊겨 있었고, 이동 경로가 계단 방향으로만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버튼이 점자블록이 끝나는 지점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이 별도의 도움 없이 버튼 위치를 찾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이날 서울역 서쪽 출구 인근 횡단보도 앞 무더위쉼터에 앉아 있던 80대 시각장애인은 지나가던 시민에게 “여기가 버스정류장이냐”고 묻기도 했다. 주변 횡단보도에는 점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블록은 연결돼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보행환경 개선과 함께 인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 시각장애인들은 독립보행 훈련이 충분하지 않아 혼자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경우가 많아 음향 신호기 등 물리적 보행 환경 개선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활동지원사 등 시각장애인 일상을 돕는 인적 지원 제도가 기본적으로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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